김수종 일본 쓰시마의 삼나무 숲을 거닐다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5-20 15:51:56

[서울타임뉴스] 지난 5월 5일(금)~7일(일), 2박 3일 동안 친구와 선후배 지인들을 왕창 모시고 일본 ‘쓰시마(対馬島,대마도)시’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쓰시마는 이번이 7번째 방문이다. 가면 갈수록 공부할 것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을 거쳐 배를 타고 쓰시마를 왕복하는 길은 쉽지만은 않은 험로이다.

통상은 당일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여 쓰시마행 배를 타고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일 모두가 황금연휴라 손님이 늘어 문제가 되었다. 배가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출항시간이 앞당겨졌다.

부산, 경남에 살면 한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당일 첫 기차를 타고 가면 늦는다. 그렇다고 전날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가면 4시간이나 남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들은 통상 부산항 오전 8시에서 집결하여 출발한다. 이러니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간 조절이 큰 숙제였다.

당초 나는 전날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서 부산항에서 4시간 무작정 노숙 비슷한 기다림을 택했다. 그게 아니면 남는 시간에 택시를 타고 인근 바닷가를 둘러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신세 처량한 모습이 싫어서 몇 번 고민했다.

그래서 아웃도어파트너스여행사 고광용 이사와 함께 일단 전날(4일,목) 새벽에 지리산 아래 구례로 가는 버스를 타고는 야생화 탐방을 떠났다. 구례를 조금 거닐고는 점심을 먹었다. 오후 늦게 부산 사는 고 선배의 지인을 구례에서 만나 중간에 광양에서 대선 사전투표까지 했다. 이후 저녁을 같이 먹고는 부산까지 동반했다.

사실 부산에 일찍 가도 걱정이다. 연휴라 숙소는커녕 잠시 몸을 기댈 곳도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 9시경에 부산에 도착해 보니 역시나 걱정이 앞선다. 인근에 있는 호텔과 여관을 전부 둘러보아도 어디든 만원이다. 이 넓은 천지 어디에도 편히 누울 곳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산 민주공원’ 인근에 있는 지인의 집 문간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빈방이 하나 있어서 대충 청소하고는 편안하게 몸을 뉘었다. 5일(금) 새벽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김명숙 선배가 “부산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여자 혼자 갈 곳이 없다"고 하여, “무조건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길을 잘 모르는 택시기사를 만나 한참 돌고는 4시가 다 되어서 숙소로 왔다. 나는 그 사이 문 밖에서 40분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다.

두 시간 정도 같이 있다가 간단히 아침을 하고는 6시 30분에 부산항으로 출발했다.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와 아파트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다. 아침 일출이 장관이다.

7시 직전에 부산항에 도착했다. 고 선배 지인과 내 지인이 전부 도착하여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하게 발권을 하고는 8시 30분에 이즈하라(厳原)항으로 출발하는 배에 승선했다.

배는 좀처럼 출발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 승선이 늦어지는 원인도 있었다. 그러나 인근에 작은 사고가 있었는지 30분 넘게 지연되어 겨우 항구를 벗어나 출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출발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도착도 연기되는 일이다. 이번에는 파도까지 있어 더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평소 두 시간 이십분이면 도착하던 배가 세 시간 만에 겨우 도착했다. 입국 업무까지 밀려서 12시 40분이나 되어서야 일행 전부가 항구로 나왔다. 시간이 지연되니 정신이 없다. 우선 예약한 버스를 타야하는데 운전기사를 찾을 수 없다. 1시에 예약해둔 식당에도 경황없이 가야할 상황이다.

내가 이리저리 다녀서 겨우 운전기사를 찾았다. 우선 가방을 전부 화물차에 싣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황급히 했다. 그리고 운전기사와 함께 호텔로 가서 수속을 마치고는 짐을 로비에 전부 맡겼다. 다시 차고지로 가서는 대형버스로 바꾸어 타고는 이즈하라(厳原)항으로 돌아왔다.

시청과 관광안내소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일행과 만났다. 이제 섬의 남쪽으로 길을 잡아 출발한다. 오늘은 전망이 좋고 산이 좋은 ‘아리아케(有明)산’ 남사면을 순환하는 옛길을 따라 올라간다. 아리아케산은 쓰시마의 봉우리로 불리는 큰 산이다.

일본 고대 시집인 만요슈(万葉集,まんようしゅう,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서 만들어진 책으로 일본에 현존하는 최고의 가집(歌集)이다)에서도 읊어진 역사와 낭만이 넘치는 명산이다.

이즈하라 주변을 둘러싸고 우뚝 솟아있으며 정상에는 넓은 초원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 하이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날씨가 좋으면 산 정상에서 이키섬과 마츠우라의 산까지 만끽할 수 있다.

산 중턱을 오르다 보니 ‘우치야마토우게(內山峠)’에 닿는다. 고갯마루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이곳에서는 섬의 여러 야생 조류를 관찰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붉은 가슴 매는 지역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야생 조류이다. 1997년 9월에 이곳에서 127마리의 붉은 가슴 매가 발견되어 일본 제일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이제 섬의 남쪽에 있는 ‘다쿠즈다마신사(多久頭魂神社)’로 갔다. 나는 이곳의 거대한 녹나무(クスノキ樟)와 1000년 전에 만들어진 동종이 좋다. 이곳에 모신 다카미무스비(高御魂)는 일본신화에서 옥황상제와 같은 신이다.

나는 늘 이곳에 가면 녹나무를 안아보고 온다. 1000년의 시간과 기운이 동시에 품속으로 밀려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전을 보았다. 동종도 잠시 살펴보았다. 나오는 길에 버스운전사는 “내가 63살의 쓰시마 출신인데도, 여기 신사에 처음 와 봤다. 정말 녹나무가 장관이다."라며 절경에 감탄했다. 나도 “늘 이곳에 오면 나무에 감동한다."고 했다.

독자기고=김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