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아키타에는 아직도 남녀혼탕이 있다구!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6-30 08:34:57

[서울타임뉴스=김수종]지난 14()~17() 선후배 몇 명과 함께 일본 동북에 있는 아키타(秋田)에 다녀왔다. 이번 아키타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센보쿠시(仙北市)에 있는 다자와 호수(田沢湖, たざわこ)’였다. 지금도 진한 파랑색의 물빛이 눈에 선하다.

다음으로는 호수 동북부에 있는 뉴토산(乳頭山)’ 아래 7곳의 온천장들이 뭉쳐서 만든 뉴토온천향(乳頭温泉郷)’ 순례코스였던 것 같다. 물론 하루에 7곳의 온천을 전부 둘러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가이드에게 속고, 물이 좋다는 말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단은 전부를 둘러보았다.

뉴토온천조합에서 뉴토온천향의 일곱 온천을 천천히 한 번씩 입욕할 수 있는 엽서 형태의 티켓인 유메구리초(めぐり)’1800엔에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 한 번 입욕료가 600엔 이상이라, 이것을 구매하여 3곳 이상을 돌면 본전은 뽑는다.

아울러 한번 사용한 유메구리초는 기념엽서로 재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유메구리초가 있으면 7곳의 온천을 순회하는 셔틀 승합차인 유메구리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게 7곳의 온천을 돌아볼 수 있다.

유메구리초는 구입 후 1년 안에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방문하는 온천마다 도장을 찍게 되는데, 추후에 다시 방문하는 경우에는 다른 온천에 가서 남은 면에 도장을 받으면 입장이 가능하다.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가이드의 소개에 따르면 주인아줌마(おかみさん)가 무척 미인이라는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구로유(黒湯)온천이었다. 원천을 그대로 사용하는지 시설 내에 희뿌연 유황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우유 빛깔의 물이 좋았던 곳이다.

숲속 노천탕에선 여유롭게 누워서 신선놀음을 할 수 있고, 에도(江戸)시대에 지은 검은 목조건물이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이외에도 새로 잇거나 삼나무 껍질을 이은 숙박동과 오두막 등이 있어 비탕(秘湯)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여기에서 노천탕을 즐기고는, 입구의 매점에서 커피와 유황계란을 먹으면서 잠시 쉬기도 했다. 물론 중년의 멋진 미인인 주인아줌마와도 기념촬영을 했다. 나오는 길에 선물로 수제로 만든 책갈피를 두 개 받았다. 너무 기쁘게 지금 쓰고 있다.

1인당 12식에 하룻밤 15만원이 넘는 곳이지만, 나중에 집사람과 함께 시간을 내어 한번 방문하여 머물고 싶은 곳이다. 아쉽게도 4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니, 겨울 방문은 힘들 것 같다. 눈 내리는 겨울에 온천하면서 쉬고 싶은데 말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바로 옆에 있는 마고로쿠(孫六)온천이다. 온천 매니아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치료효험이 있는 라듐(radium)광천이다. 80년 전까지 라듐은 화장품, 스타킹, 치약 등의 원료로 사용됐다.

방사능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 라듐은 질병 치료와 미용에 좋은 물질이라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물론 라듐온천의 경우에는 방사능 걱정은 거의 없다고 한다. 피부병과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방문자가 있기는 하다고 한다.

나는 시설이 너무 낡고 지저분하여 실내를 구경한 다음 잠시 발을 살짝 담그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곳 온천은 탕치(湯治)의 장으로 역사가 깊은 곳으로, 깊숙한 산속 오두막에 푸른빛이 도는 투명한 라듐광천이 흐르고 있다.

산의 약탕(藥湯)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온천수질이 다른 4개의 욕탕과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설이 생각보다 낡고 당일은 주인장 혼자서 온천장을 지키고 있어서 인지 손님도 없고 너무 조용했다. 아무튼 이곳은 방사능이 무서워(?) 발을 담그는 것으로 패스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가니바(蟹場)온천이다. 근처 계곡에 가니(,)가 많이 살고 있다고 하여 가니바온천이라고 불린다. 소박함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노천온천이 좋은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옷을 벗고는 남녀혼탕으로 직행했다.

야외에 있는 혼탕에서는 햇살을 받으면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계절의 변화를 이곳에 오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주변의 숲과 개천이 멋진 곳이었다. 원시림 속에 비밀스런 혼탕을 만들어 둔 것이 좋았다.

혼탕이지만 탕이 크고 남자는 우측에 여자들은 주로 좌측에서 목욕을 하며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통나무집으로 된 탈의실과 돌을 쌓아서 멋지게 만든 노천탕의 한 폭의 그림 속에 내가 들어있는 듯 기분 좋게 했다.

계곡물과 나뭇잎 소리 외에는 거스를 것이 없는 이곳에서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간 아담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간 곳은 오가마(大釜)온천이다. 목조로 된 옛 학교건물을 이축하여 멋스러운 온천 시설로 만든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는 소박한 온천이었다.

반질반질한 복도부터 빈티지한 둥근 시계까지 향수 짙은 공간에서 뜨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미 두 번의 목욕을 하여 심신이 힘들어 내부를 살펴본 다음, 살짝 발만 담그고는 밖으로 나와 족욕을 잠시 하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정말 건물이 너무 멋진 곳이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드는 곳이다. 다음은 인근에 있는 규카무라(休暇村)온천이다. 최근에 다시 건물을 짓고 보수를 했는지 정말 현대적 시설의 온천이다. 이곳 뉴토온천향에서 유일하여 남녀 혼탕이 없는 곳이라고 한다.

뒤편에 자동차 캠핑장, 테니스 코트 등의 레크리에이션 시설 및 엘리베이터 등도 있는 현대적이고 깔끔한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 온천장들의 교류 중심이며, 다른 시설에 비해 개성이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뽀얀 빛깔의 단순 유황천은 제대로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하고 물 관리도 잘하고 있는 편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시설이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라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온천에서는 뒤편 숲길에서 출발하여 구로유(黒湯)온천까지 약2KM에 달하는 삼림욕 트레킹 코스가 있어, 걷기와 함께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다에노유(妙乃湯)온천이다. 금빛 오렌지색의 금탕과 무색투명한 은탕의 두 가지 원천이 있고 모던한 일본풍의 폭포소리가 호쾌한 전통온천으로 중년여성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우선 이곳에서는 우동으로 점심을 먹었다.

여름에 온천 투어는 생각보다 힘이 들어 쉬는 것이 더 중요하여 맛나게 우동으로 식사를 먼저 했다. 다시마를 왕창 넣고 끓인 이나니와우동(稲庭うどん)’으로 아키타의 명물로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고 한다.

보통의 우동과는 달리 납작한 것이 특징으로 옛 방식 그대로 건면으로만 생산되는 고급우동이다. 매끄러운 목 넘김이 좋은 우동으로 여름에는 차게 하여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단 식사를 마치고는 차를 한잔한 다음, 온천으로 향했다.

시원하게 솟아지는 폭포 옆에 자리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이곳은 청년 주인장이 영업을 잘해서인지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맛이 있는 온천장이다. 폭포수의 물보라가 들이치는 노천 혼탕을 비롯하여 총7개의 탕이 있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이곳 온천 가운데 가장 멋진 곳이라고 알려진 비탕(秘湯)으로 유명한 츠루노유()온천이다. 우선 3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초입에서부터 비포장도로에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숲 속이다.

와이파이 같은 것도 물론 안 된다. 온천장 건물의 갈대지붕 모습도 멋스럽다. 나에게는 너무나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정통 명품 온천으로 보인다. TV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뽀얀 우유 빛의 유황온천이 좋다.

1.5KM떨어진 곳에 별관인 야마노야(宿)’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 너도밤나무와 사스래나무 숲이 극상(極相)을 이루고 있다. 상처 입은 학(츠루,)이 온천물에 몸을 담근 뒤 상처를 치유하고 날아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아키타 영주도 이곳에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온천수가 뽀얗고 진한 우윳빛의 온천수 덕분에 신비로워 보인다. 유백색의 온천수는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촉촉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젊은 여성들 사이에 꼭 가고 싶은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뒤편의 숲을 트레킹하고 온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도 혼탕에 들어가 멋진 아줌마들 사이에서 천천히 목욕을 하고 나왔다. 아쉽게도 너무 진한 우윳빛의 온천수 덕분에 물속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옆에 있는 여인의 얼굴만 보일 뿐 다른 곳(?)은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목욕을 마치고 미리 나와 있는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하면서 너무 마음에 드는 갈대지붕과 계곡 및 숲을 둘러보았다. 정말 아키타 최고의 온천이라는 찬사가 맞는 곳 같다.

그리고 일본 온천은 수건을 무상으로 주지 않는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숙박하는 호텔에서 미리 수건 몇 장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필요시 구매가 가능하지만 조금 비싼 편이다. 보통 온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0~300엔 정도한다.

그리고 일본의 온천은 원수를 그냥 욕탕에 올려서 쓰는 관계로 다양한 부유물이 많다. 한국의 경우에는 부유물 정도는 걸러서 내 보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내 보내는 관계로 부유물이 많아서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이 단점인 것 같다. 물론 원수를 바로 쓰는 관계로 건강에는 더 좋아 보이기는 한다.

또한 온천 내 사진 촬영은 법적으로 금지이며 무단으로 촬영 시 처벌받을 수 있다. 혼탕에 가려고 수영복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벗지 않으면 더 큰 창피를 당할 수 있다. 물론 수건으로 몸을 가릴 수는 있다.

겨우 온천 순례를 마쳤다. 쓰러질 것 같다. 너무 피곤하다. 가이드에게 속아 하루에 7군데 온천을 더운 여름에 둘러본 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키타의 날씨는 15로 아직 봄처럼 서늘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덥고 힘들었다. 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은 틀림없다. 수질도 조금씩 다르고 빛깔도 성분도 약간씩 다른 온천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고 놀라운 곳이었다. 아무튼 나는 34일 동안 온천을 10곳 넘게 다닌 것 같다. 아키타에서 행복한 온천 순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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