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계란에도 뼈가 있다구! 아니 계란이 곯았다
김수종 | 기사입력 2017-07-10 14:36:12

[타임뉴스=김수종]지난 9() 저녁 시간, KBS의 고교생을 위한 퀴즈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을 잠시 시청하게 되었다. 문제 중에, '계란에도 ()가 있다'는 문제가 나왔다. ( )안에 를 맞추는 문제였다. 물론 로 정답처리가 되었다.

그런데 계란에 뼈가 있다고! 나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일반적인 말투로 보자면 그냥 계란이 곯았다 라는 말이 맞는데라고 혼자 생각했다. 이런 난해한 문제는 우선 중의적(重義的)’인 표현이 가능하여, 퀴즈문제로 출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인다.

계란에도 ()가 있다가 어느 정도 맞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보자면 계란이 곯았다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계란에도 뼈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 그냥 계란이 곯았다라고 하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문제가 잘못된 것 같다.

통상 우리가 쓰는 한자는 음으로 읽고 훈으로 해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란유골(鷄卵有骨)’의 골은 말 그래도 음만을 해석하는 한문이다. 다시 말해 ()’곯다의 음을 따서 쓴 것으로 일종의 가차(假借, 말만 있고 글자가 없는 경우 비슷한 소리를 가진 글자를 빌려 쓰는 것)자 인 것이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계란에도 뼈가 있다가 아니라 음으로 해석해서 '계란이 곯았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맞다. 정리하면 계란유골(鷄卵有骨)이라는 말은 계란이 곯아서 먹지 못한다는 말로, 운이 없는 사람은 주위에서 도와주려고 해도 다른 이유로 잘 되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한다.

사실 계란이 곯았다는 속담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조선초기의 황희 정승이다. <송남잡지>에는 계란유골(鷄卵有骨)’이야기에 황희가 등장한다. 그는 비록 지위가 높아 재상의 자리에 있었으나 늘 가난한 형편이었다.

임금이 이런 그를 딱하게 여겨 도와주고자 분부하기를, 하룻밤 동안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모든 재물을 그에게 주라고 했다.

그런데 마침 그 날 큰비가 내려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물건이 없더니 저녁에서야 계란 한 꾸러미가 들어왔다. 이것을 받은 황희가 삶아 먹으려고 보니, 계란이 모두 곯은 것이었다.

또한 고려시대 강일용이라는 사람도 그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한다. 강일용은 집이 가난하여 왕이 그를 도와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날 하룻밤 동안 도성의 사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재물을 모두 그에게 주도록 명령하였다.

그런데 그 날 마침 비가 내려 사대문을 통과하여 들어오는 재물이 없더니, 나중에야 어떤 사람이 계란 몇 꾸러미를 가지고 들어 왔다. 이것을 받은 강일용이 집에 돌아와 삶아 먹으려니까 이것마저 곯았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먹을 수 없게 된 계란이라는 뜻은 같으며, ‘계란이 곯았다는 것보다는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표현을 통해서, 운이 없는 사람은 하다못해 계란을 얻어도 뼈가 들어 먹을 수 없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중의적인 표현이 가능한 문제는 대학교의 철학이나 논술시험에서나 출제될 수 있는 문제로, 공영방송의 청소년 대상의 퀴즈 프로그램에 주관식 필사 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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