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주시도 서울에 농`특산물 판매장을 오픈하여 크게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지난 3월 친구가 “인천에 잠시 견학을 왔다”고 전화가 왔다. “무슨 견학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인천문학경기장 상가에 “영주시가 농`특산물 판매장을 준비한다”고 하여 단체로 방문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장욱현 영주시장이 신년사를 통하여 “농업 경쟁력 강화, 농가소득 증대를 위하여 6차산업화 단지를 조성하겠다. 수도권에 소비지유통센터를 건립하여 농`특산물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어 소식은 듣고 있었지만, 친구의 인천 방문에 다시 한 번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당시 지역 언론도 “영주시가 대도시 소비지에 대형 유통센터를 개설해 지역의 농산물 및 가공품을 직접 판매하는 정책을 추진해 성공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지난 4월 5일 영주시에 따르면 인천시 남구 인천문학경기장 내 상가에 7,000㎡, 2층 규모의 유통센터를 조성하고 2032년까지 15년간 임차 운영한다. 경영은 영주시가 자금 일부를 보조한 농업회사법인 영주시생산자유통연합주식회사가 맡는다는 내용이다.
영주한우전문식당은 5월, 영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공품,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소비지유통센터는 9월 개장 예정이다. 소비지유통센터는 지역 농`특산물을 산지에서 바로 소비지로 연결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을 전망이다.
농산물과 축산물의 전 처리 과정과 가공 등을 영주에서 하도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시는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역의 농산물과 가공품 공예품 등 품목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가능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품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축구장과 야구장을 갖춘 문학경기장은 인천시민의 주 거주지인 남구 남동구 연수구와 가깝고 송도신도시와 5㎞ 정도 떨어져 있으며, 연간 유동인구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장 내 상가시설에는 찜질방, 미니골프장, 볼링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시는 소비지유통센터 개설과 더불어 문학경기장을 홈그라운드로 하는 SK와이번스와 영주농특산물 스포츠 마케팅 협약도 체결했다. 영주한우 영주사과 등 계절별 지역 농`특산물을 경품으로 제공하고 전광판에 알리는 등 홍보한다.
장욱현 시장은 “지역 특산물을 산지에서 바로 가공해 중간과정 없이 소비지로 신속히 운반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크게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보다 유통인구도 많고 조건이 더 좋은 서울 천호역에서도 예천군은 적자를 내고 시설물을 강제 철거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25만 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특급환승역인 서울 강동구 천호 지하철역, 예천군이 수년전 이곳에다 4억7000만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만든 농축특산물 홍보 판매관이 강제 철거돼 군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예천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월 지역의 농축특산물 판로개척을 통해 침체된 예천 농가의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야심찬 프로젝트로 이곳에다 농축특산물 홍보 판매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판매관을 운영하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자 경험도 없는 C업체로부터 무리하게 임대해 운영 초부터 논란이 거셌다.
예천군과 계약을 체결하고 농축산물 판매관을 운영하던 C업체가 그 동안 서울 도시철도공사에 매달 납부해야 할 2년 치 임대료 10억 원을 납부치 못해 지난해 도시철도공사가 농축특산물 판매관 철거를 예천군에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이 예천군을 상대로 농축특산물 판매관 계약 해지는 물론, 임대료 반환 소송을 제기 하면서 법적 명도소송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 3월 28일 법원은 1차적 책임은 예천군에 있다며 군은 10억 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고, 지난 17일 예천군 농축특산물 판매관은 집행관에 의해 강제철거 됐다.
결국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농`특산물 직판장 임대료 문제로 서울시 도시철도 공사와의 소송에서 패해 10억 원의 돈을 물어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사안일 행정과 예산 낭비 표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홍보 판매관 설치비 4억7000여만 원과 임대료 10억 원 등 14억7000여만 원의 많은 예산을 날리는 꼴이되 군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주민 A씨는 “시설물 사용방안과 운영자 선정 등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해보자는 식의 사업진행으로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판매관을 운영했던 C업체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항소를 신청 했으나 당초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일을 보면서 “장사꾼이 장사를 하는 것이고, 정치인이 정치는 하는 것이며, 농민은 농사를 짓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하게 되었다.
‘영주시도 행정적으로 지원을 하면 되지, 장사를 직접 지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물론 영주시와 예천군의 예는 동일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전문가`비전문가의 차이나, 보조냐`직접지원이냐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 걱정이 앞서는 것일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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