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봉정사 극락전 앞을 거닐다
김수종 작가 안동여행기 , 3
김수종 | 기사입력 2018-06-09 12:23:02

[안동타임뉴스=김수종] 서후면 천등산(天燈山)에 있는 신라시대의 절로 672(문무왕 12) 능인(能仁) 대사가 창건했다. 천등굴에서 수학하던 능인 대사가 도력으로 종이 봉()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봉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창건 후 능인은 이 절에다 화엄강당을 짓고 제자들에게 전법하였다 한다.

또 일설에는 능인이 화엄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이 산에 오르니 선녀가 나타나 횃불을 밝혔고, 청마가 앞길을 인도하여 지금의 대웅전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산 이름을 천등산이라 하고, 청마가 앉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절 이름을 봉정사라 하였다고도 한다. 오랫동안 참선도량으로 이름을 떨쳐 많을 때는 부속암자가 9개나 되었다.

한국전쟁 때 절에 있던 수많은 경전과 사지(寺誌) 등이 불태워졌다. 퇴계선생이 시를 지어 절의 동쪽에 있는 낙수대에 붙였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시대에서도 존속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02월 대웅전 지붕 보수공사 때 발견된 묵서명을 통해 조선시대 초에 팔만대장경을 보유하였고, 500여 결()의 논밭을 지녔으며, 당우도 전체 75칸이나 되었던 대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1999421일에 방문하기도 했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는 국보 제15호인 극락전이 있다. 극락전은 도리 간수 4, 들보 간수 3, 단층 박공집. 기둥은 굵고 중간이 약간 엔타시스식으로 되어 있고, 두공(斗栱)2포작(二包作)이고또한 처마는 2()으로 고려의 여러 시대의 헌와(軒瓦)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치 석조건물처럼 힘찬 가구(架構)에 특색이 있으며 그 이중 홍량(虹梁)의 구조는 또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다.

대웅전은 도리 간수 3들보 간수 3, 단층, 팔작집. 두공은 다포(多包)양식으로 넓은 기둥 사이에 두 개씩의 두공을 배치하고 있다. 이외에도 보물 제448호인 화엄강당, 보물 제449호인 고금당(古今堂) 등의 지정문화재와 무량해회(無量海會만세루(萬歲樓우화루(雨花樓요사채 등 21동의 건물이 있다. 이 밖에도 고려시대에 건립된 높이 3.35m의 삼층석탑이 있고, 경판고에는 대장경 판목이 보관되어 있다. 현재 부속암자는 영산암(靈山庵)과 오른쪽 골짜기 부근의 지조암(智照庵)이 있다.

절 입구에서 소나무 숲길을 걸어올라 초입에 도착했다.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몸을 이리저리 틀고 있는 것이 재미났지만, 상단부에 큰 구멍이 있어 마치 사랑을 표시하는 하트모양()처럼 보인다. 이어 정돈되지 않은 돌계단을 올라서니 대웅전의 부처님과 뒷면의 불화가 보인다.

이어 바로 대웅전이 보이고, 좌측에 그 유명한 극락전이 보인다. 기둥은 굵고 중간이 약간 엔타시스식(배부름)으로 된 것과 홍량(虹梁)의 구조는 참 특이했다. 마치 석조건물처럼 멋이 있다. 작은 절에 시대별로로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있는 것이 남다른 느낌이다. 나는 극락전의 내부와 대웅전의 내부까지 둘러본 다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를 찍었다는 영산암으로 갔다.

입구의 누각이 우화루(雨花樓). ‘어느 날 석가모니께서 설법을 하시는데 뒤에서 꽃비가 내렸다는 법화경의 구절이 생각나는 누각이다. 얼마 전에 갔던 단종비 정순왕후(定順王后)’가 계셨던 종로 숭인동의 청룡사생각이 났다. 비구니들이 머무는 곳인데, 대웅전 바로 앞에 우화루가 있다. 나도 꽃비가 내리는 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싶다.

우화루를 지나니 마당 좌측에 만지송이 보인다. ‘만개의 가지를 가진 소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멋진 나무로 탑돌이 하듯 좌측으로 3바퀴를 돌면 만사형통이라고 하여 두 손 모아 3바퀴를 돌았다. 조용한 암자라서 그냥 앉아서 쉬니 기분이 좋다. 초여름이라 그런지 꽃들이 만발하다. 작약이 아름답다.

이제 절 구경을 마치고 다시 안동 시내로 이동한다. ‘안동역에서라는 노래를 들으며 안동역 부근으로 갔다. 예전 안동도호부 관아 터에 마련된 웅부공원(雄府公園)’으로 갔다. 대도호부가 있던 이 자리에는 오랫동안 안동군청 청사가 있었다.

1995년 안동군과 안동시가 통합되어 안동군청이 헐리면서 고려 공민왕의 필적이라 전해지는 안동웅부현판을 떼어 낸 후,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우며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02년부터 52억 원을 들여 2006년 웅부공원을 완공하였다. 종각에 설치된 시민의 종은 안동 시민의 염원을 담아 34000만 원의 성금을 모아 마련하였다.

동헌인 영가헌과 문루인 대동루가 있고, 대동루 오른쪽에 원래는 안동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상원사 동종을 재현한 시민의 종이 설치된 종각이 있다. 매주 토요일 안동대도호부의 정문을 지키던 수문군의 파수 의식 및 시보 의식을 재연하고 있으며, 가끔 전통 혼례도 열리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 행하였던 양로연(養老宴)이나 무과 재연 등 각종 문화 행사를 열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야간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한 경관 조명은 안동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공원 입구에는 작년 815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보수적인 안동에 평화의 소녀상이라 눈물과 감동의 순간이다. 경북에서는 군위, 포항, 상주에 이어 안동에 건립된 것이라 한다. ‘안동평화의소녀상은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부부가 만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는 모습이 다른 작품이다.

안동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일제식민지배의 폭력성과 반인권성을 기억하고, 가슴 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자는 마음을 담은 소녀상을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뜻을 안동미술협회에 전달했고 회원들은 그 뜻을 담아 고증을 거쳐 청동 좌상의 소녀상을 만들었다.

소녀상은 안동에서 가장 역사적이며 상징적인 공간인 관아 터였던 웅부공원에 설치됐다. 민과 관의 협치로 공간의 상징성, 역사의 상징성을 담아낸 것이다. 현재 안동시는 공공조형물관리조례제정으로 안동평화의소녀상 뿐만 아니라 안동시의 모든 공공조형물이 제도적 뒷받침 아래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전국에서 독립운동 유공자·순국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 평화의 소녀상건립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안동평화의 소녀상은 청동으로 제작되었다. 가로 1,000mm, 세로1,100mm의 좌상으로 기단부는 가로, 세로 2m의 정사각형 화강석 위에 오석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소녀상 모델은 155cm정도의 키와 52kg정도의 체중을 가진 당시의 평균치인 소녀로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올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 자료들을 고증했다. 글씨는 지역 서예가인 남천 장종규 선생이 썼다. 고려시대부터 관청이 있었던 웅부공원에 설치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 공출을 담당했던 자리였을 것으로 추측하며 그때 고향을 떠났던 소녀들이 조국이 광복된 지 7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뜻을 담았다.

뒤쪽 황금색 그림자와 오석의 그림자는 시대를 이어주고 단절을 이어주며, 고향과 그리움을 이어주는 고리의 의미를 담았다. 소녀상은 고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바위 위에 앉아서 고향으로 한걸음에 내달리기 위해 마지막 쉼을 가지는 그리고 이내 달려갈 듯한 모습이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당시 사진들을 고증하며 여타의 소녀상과 같이 시대와 고향과의 단절을 상징한다. 보자기를 움켜잡은 오른손은 상실에의 두려움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의지를, 보자기는 한(), 과거의 기억, 아픔 등을 묶어서 봉인하고 미래의 희망과 돌아갈 고향에의 그리움이 함께 담겨진 삶을 표현했다.

이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다짐과 결단의 의미를 치맛자락을 움켜잡은 왼손에 담았으며 땅바닥을 굳게 내딛은 왼발은 암울했던 과거와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인한 의지를, 뒤꿈치를 든 오른발은 고향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자 하는 다급한 심정을 그렸다. 전체적으로 양 발은 일어나 가려고 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발동작으로 미래로의 힘찬 출발을 움직임을 통해 표현했다.

나는 한참동안 소녀상을 바라보고는 기도를 하고는 대동루에 올라 영가헌과 종루를 보고는 뒤편에 있는 800년 된 느티나무를 안아보고는 돌아서 나왔다. 800살 된 느티나무에서 안동의 역사와 숨결을 한꺼번에 느낀 것 같다.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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