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
김민규 | 기사입력 2018-08-31 15:42:47

[인천타임뉴스 = 김민규기자] 111년 만에 찾아온 뜨거운 여름 한날, 이들은 멀쩡히 출근했던 일터에서 한줌 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주야2교대의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땀을 쏟은 일터입니다. 삶을 잇고자 나섰던 그곳에서 마지막까지 회사를 위해 일하다 죽음을 맞았습니다.

“우리아들 살려내라"는 어머니의 절규가, 신혼 2년차 아내의 죽음에 무너져 내린 젊은 남편의 오열이 남았을 뿐입니다. 희생자 중에는 생후 한 달 된 아기엄마도 있었고, 대한민국 전체에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희생자의 친척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건축재 대신 다른 것을 썼다면,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더 철저히 대비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생사가 갈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죄스럽습니다. 살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그러나 이 이 위태로운 시스템에서도, 화마에 쓰러진 희생자들은 끝까지 인간의 품격을 보여주었습니다.

치솟는 불길과 시커먼 연기를 보고도 동료를 구하려 전산실에 뛰어든 민균홍 님, 그리고 김애자 님, 그들 역시 제 한목숨 소중한 줄 모르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중한 가족들 얼굴도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급박한 위기 속에 몸 사리지 않았습니다. 제 몸과 제 혈족 챙기느라 법 따위 우습게 뛰어넘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인간으로서 의리와 품격이 어떠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렸습니다.

최승주 님, 정인덕 님, 김애자 님, 이미숙 님.

김진구 님, 민균홍 님, 이혜정 님, 진해성 님, 신화연 님,부디 영면하십시오. 남은 것은 이게 저희 몫입니다.

더 이상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억울함이 없는 나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나라

비정규직 차별 없고 노동자의 긍지가 넘치는 나라

그래서 두 번 다시 대한민국 일터에서 이 같은 비극과 참상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의당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