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 = 독자기고] 지난 주말 집안의 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명동성당에 다녀왔다. 혼인 미사는 그곳의 프란치스코 홀에서 진행됐다.
혼인 미사를 집전한 사제(신부)는 강론 말씀을 통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고결한 모습의 신랑 신부가 지금의 이 숭고한 고백을 평생 간직하기를 바라면서 ‘행복의 밑천’으로 소 네 마리를 준다고 하면서 잘 길러 평생토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그 소 네 마리는 이렇다. "내가졌소. 당신이 옳소. 당신 맘대로 하소. 나를 용서하소."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는 말이다. 이 소 네 마리만 제대로 기른다면 정말 부부간의 싸움은 멀어진다.
부부지간의 가정폭력이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말다툼으로 시작해 폭력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사네 못 사네, 죽네 사네" 싸우며 이혼 직전까지 갔던 가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이런 부부에게는 소 네 마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내 고집만 부릴 줄 알았지. 당신 의견을 받아들이고 양보할 줄을 몰랐소. 내가 구부러질 줄 몰랐기 때문에 서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던 거였소. 미안하오. 여보." 아내도 말했다. "아니에요. 나 역시 당신에게 지지 않으려고만 했던 걸요. 우리 이제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구부러질 줄 아는 부부가 되기로 해요. 그럼 적어도 고집만 피우다 부러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 부부도 뒤 늦게 깨달은 것은 바로 소 네 마리의 개념원리이다. 부부싸움에 앞서 처음부터 그 앞에서 약해지고 작아졌다면 그에게 그런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았을 것이고, 그 또한 스스로 약해지고 작아진 나를 공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부딪치는 상황에서 그냥 지나칠 것이 아니라 "내가졌소"하면서 자신을 낮추면 오히려 더 큰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약해지고 작아져도 괜찮음을, 강해지고 큰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됨을 배우게 된다.
사랑은 가짐이 아니라 베풂이다. 사랑은 나를 온전히 내어 너에게 내어줌으로써 나를 또 하나의 너로 만드는 것이고, 너를 나로 채움으로써 너를 또 하나의 나로 만드는 것이다.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집집마다 소 네 마리만 키우면 행복해 집니다.
등록
등록
댓글 더 보기
댓글 새로고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