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 연재 1호]“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권력 — 태안군 7년, 위록지마式 행정의 붕괴"
이남열 | 기사입력 2025-11-22 18:00:00

[타임뉴스 충남지역 이남열 본부장]
[타임뉴스=시평]권력이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이 무너지면 제도는 껍데기가 되고, 껍데기만 남은 제도는 결국 ‘사람의 의지’에 휘둘리는 사적 도구가 된다. 중국 진(秦)의 환관 조고가 사슴을 끌고 와 “말"이라고 우기며 조정 대신들의 충성도를 시험했던 고사, 위록지마(謂鹿爲馬)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냉혹한 비유다.

그로부터 2,2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한 지방정부가 이 같은 고사의 실재적 반복 현장을 연출하고 있다. 그 이름은 태안군이다.

1. “낡은 관습을 고쳤다"는 가세로

그러나 관습의 뜻조차 모르는 휴브리스(hybris)의 전형으로 2019년, 가세로 군수는 취임 1주년 인터뷰를 예로 든다.

태안의 낡은 관습을 고치고, 사회적 약자의 가치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태안은 관광산업이 30년 뒤로 밀려났고, 어업인 생계는 붕괴 직전이었으며, 공직사회는 이미 사조직화된 ‘친위 체계’로 변질돼 있었다. 그럼에도 군수는 자신이 모든 것을 바꿔냈다고 공표했다.

이는 마치 조고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기던 광기와 다르지 않다.

사실보다 ‘권력자의 말’이 앞서는 사회, 그 속에서 침묵한 신하가 조고를 키웠듯, 침묵한 공무원들은 태안군의 파국을 키웠다.

2. 해상풍력 12조 사업 — “청와대 오더였다"는 군 동행 7년의 지인

가세로는 스스로 기획한 적이 없다.

해상풍력 12조 프로젝트는 태안군 현대사에서 가장 거대한 재정·정책 사업이다. 그러나 한 대학 현직 교수는 ‘이 사업은 청와대의 직접 오더였으며, 가세로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만 했던 위치’였다고 증언했다.

이는 이미 군청 내부에서도 회자된 사실과 일치한다.

즉, 가세로는 스스로 산업구조를 기획하고 미래 전략을 세운 ‘리더’가 아니라 상급권력의 지시를 수행하는 말단 실행자였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그는 7년 동안 자신을 “태안 발전의 설계자"로 포장해 왔다. 속빈강정(空虛)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3. 2022고합95 고발인 가세로 vs 피고인 박승민의 최후 변론

태안군 해상풍력의 실체를 최초로 공론화한 사람이다.

=근거: 2025고정95 최후변론 PDF 원문 전체에 명시된 내용들 –피고인_박승민_최후변론 5부_증거(22부)=

태안군전피해민대책위원회(대표 전지선)박승민 사무총장은 재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20년~2023년 간 태안군청은 해상풍력 사업자와의 MOU·용역·계획수립을 사실상 조작 수준으로 밀어붙였다.

어업인 동의율 74%, 수용성 70% 등 수치 대부분이 허위 또는 부풀려진 자료였다.(최후변론 1~2p)

군은 5개 부서에 ‘직권남용성 행위’를 지시했고, 공무원은 이에 저항하지 못했다.

어업인 동의 절차는 해양이용영향평가·공유수면법의 법정 절차와 정면 충돌했다.

또한 그는 재판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밝혀낸 것은 ‘정책반대’가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사실 뒤에 감춰진 ‘실체’입니다. 정작 사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숨기고, 사실을 조작해온 태안군은 대한민국 행정의 대표적 민낯입니다."

이 발언은 태안군 공직사회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붕괴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4. 위록지마의 반복 “허위 알리바이, 조작된 문서, 승진 대가 의혹"

태안군은 군수 측의 금두꺼비 전달 의혹이 불거지자, 공무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그 공무원은 시간이 지난 뒤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군청은 허위 공문서가 확인되면서 합리적 의심은 확정적 조작으로 적중된다. (행정지원과-39533)

이는 고사의 재연이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 우기고, 대신들은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결국 국가는 붕괴됬다.

태안군에서 벌어진 일 역시 동일하다.

군수는 허위 알리바이를 사실로 포장하고 공무원은 승진을 대가로 진술 왜곡하였고 행정분건은 조작 공문서를 생성했다.

그 피해자는 태안군민 전체다.

조고가 사슴을 ‘말’이라 한 이유는 권력이 진실을 억압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태안군이 지난 7년간 보여준 행태는 이와 다르지 않다.

5. 7년간의 방종 — 관광·어업·행정의 3대 붕괴

박 사무총장의 최후변론은 단순한 변론문이 아니라 태안군 붕괴의 7년을 기록한 보고서에 가깝다.

그가 제시한 분석을 종합하면 태안은 다음 3가지가 동시에 무너졌다.

① 관광 산업

관광 지표는 2016년 대비 30% 이상 후퇴.
민간 투자 ‘0’, 리조트·호텔 개발 중단.
관광정책은 이벤트·전시행정 중심으로 전환.

② 어업·해양 산업

해상풍력 예정지는 충남 전체 조업량의 70~80%가 집중된 핵심 어장(재판자료 6~11p 참조). 그럼에도 피해 어민의 동의 절차 없이 무도한 세력으로 추진.

③ 행정 시스템

전형적인 “청와대 오더 → 군수 수용 → 실무 공무원 강행 → 지역 피해 전가"의 구조였으며 조직 내부의 견제는 본래부터 사라진 상태에서 공무원 사회는 침묵과 방조의 문화로 고착.

결론

태안군의 위기는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권력의 휴브리스가 빚어낸 ‘위록지마의 반복’이다. 가세로 군수의 가장 큰 오판은 “군민은 속아넘어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었다.

그러나 기록은 남았고, 증언도 남았으며, 자료는 사료(史料)로 보존되었다.

조고 시대에도 그랬다. 한때는 사슴을 ‘말’이라 우기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때마다 역사는 반드시 기록했다.

태안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조고와 유사한 거짓의 도시 가세로 치하 7년, 어둠의 터널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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