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은 가히 충격적이다. 국무부는 제1목표로 '국가 주권 강화'를 내세우며,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빅테크)에 운영 조건을 강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행위를 "미국인에 대한 검열 시도"로 규정했다.
국무부는 문서에서 "비자 및 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최근 미국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온 한국과 유럽연합(EU)이 1순위 타깃임은 자명하다.
미국 정부가 이토록 날을 세우는 이유는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이미 지난달 "미국 플랫폼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시킨다"며 공개적인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미 의회의 분위기는 더 험악하다.
미 국무부가 특정 현안을 넘어 5개년 장기 전략에 '보복 수단'을 명문화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는 단순히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법 집행 과정에서 한국 공무원이나 관련 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이나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미 EU의 빅테크 규제론자 5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며 실행력을 과시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화살을 한국으로 돌릴 경우, 한미 동맹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주권'과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씨가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급히 워싱턴을 찾아 설득에 나섰지만, 전략문서에 제재 방침이 박힌 이상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냉혹한 계산서' 앞에 대한민국 통상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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