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이 그린에너지 100년 미래를 결정한다
[경제시론] 심상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기사입력 2009-05-24 09:37:26

심상렬 선임연구위원
심상렬 선임연구위원

석유가 우리를 떠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석유를 떠나야 한다.



이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경제전문가의 말로서, 작금의 국제 에너지환경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석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줄이지 않고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세계 인류의 미래는 없다.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에너지수요 증가를 생각하면 화석에너지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대안에너지를 혁신적으로 찾아가는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국가는 유럽연합의 신재생에너지 선도국으로 현재 총에너지의 약 7%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2050년에는 그 비중을 49%로 높이며, 특히 전력생산의 80%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또한 여러 정책을 수행하여 2050년의 온실가스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할 예정이다.



독일의 사례를 직선적으로 세계에 투영할 수는 없겠으나, 그린에너지가 미래 1세기 내에 주종 공급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착, 관건은 가격경쟁력 확보



그린에너지의 이러한 미래 모습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 비용이 저렴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發電)비용은 현재, 전력가격 보다 현저히 높다. 예를 들면, 바이오매스 발전비용은 전력가격 대비 1.7~2.4배, 풍력 비용은 1.2~1.6배, 그리고 태양광 비용은 3.1~5.4배이다.



이와 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2012년 내지 2015년에 이르면 화석에너지 발전과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 즉,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전력가격과 경쟁적인 여건을 에너지업계에서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말한다.



다른 국가의 사례로 영국은 태양광 발전의 그리드 패리티 연도를 2013년 내지 2018년으로 보고 있고, 미국은 2015년경으로 예상한다.



독일, 영국 및 미국의 그리드 패리티 시기는 일반 전력가격이 매년 3% 내지 5% 인상된다는 전제를 하고 있어, 만약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가격의 수준과 인상률이 낮을 경우 패리티 시기는 늦어지게 된다.

‘기술개발→원가 절감→보급확대’ 선순환 만들어야



태양광 발전과 같이 비용수준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향후 10여년 내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



는 것은 대안에너지의 발전원가가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가하락 효과를 에너지업계에서는 학습효과(learning effect)라고 부른다. 학습효과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연구개발 투자확대에 의한 원가하락이고, 다른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보급확대에 의한 원가하락 효과이다.



통상적으로 연구개발 학습효과는 연구투자비가 2배로 증가할 때 원가하락의 비율로 표시하고, 기술보급 학습효과는 설비용량이 2배로 증가할 때 그 비율로 나타낸다.



2006년에 보고된 미국(Sandia National Lab)의 연구에 의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연구개발 학습효과는 14.3%, 기술보급 효과는 18.4%로 추정되었다.



풍력의 경우 동 연구는 각각 18.0%, 14.2%로 제시하였다.



발전원가의 이 같은 하락은 신공정 개발, 원자재 사용 절감, 효율향상, 기술보급 확대에 따른 대량생산의 경제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화석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리드 패리티 시기까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와 관련 설비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즉 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를 낮추고 낮은 원가를 이용해 보급을 확대하며 나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경로, 이른바 선순환 구조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등은 보급 확산 위해 가격 보조 실시



특히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기 전에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전력가격을 초과하는 원가에 대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책으로 독일은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중점 추진 중이고, 덴마크 핀란드 등 다수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화(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어떠한 제도를 채택하든 정책의 지향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원가하락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화석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에너지공급 구조를 달성하는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제도의 재원 조달과 집행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재원을 부담하는 자는 지원 수혜기업의 효율성에 의구심을 보일 수 있고, 지원제도를 다루는 정부 및 공공기관은 사회적 감시 속에 있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소비자를 비롯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그린에너지의 보급에도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다.



기상예측 정교화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앞당길수도



이러한 지원제도 이외에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보완관계에 있는 기술 또는 상품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력저장 기술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술과 보완관계로 인식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상(氣象) 여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기 생산과 소비의 시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전력저장 기술은 그러한 시간 차이를 해소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술은 전력저장이 가능할 때 그 시장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상 예측을 지역별 시간대별로 세분화하고 정보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예측 신뢰도는 향상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설비 운영의 융통성을 확보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술의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한다면,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은 신재생에너지를 주류 에너지로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에 해당하며, 보완기술은 그것을 촉진하는 충분조건을 구성한다.



아울러 그린에너지의 기술개발과 보급을 둘러싼 작금의 국제경쟁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은 미래 1세기의 에너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중요한 시기이다.

심상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