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의 의미와 기부의 참뜻
[문화칼럼]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기사입력 2009-05-24 09:50:35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메세나 (Mecenat) 라는 프랑스 말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가로 예술을 후원하는 데 헌신적이었던 마에케나스 (Gaius Clinius Maecenas : BC70 - AD8) 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마에케나스는 로마의 3두 정치 체제를 청산하고 제정시대를 열었던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총애하는 신하이자 조언자였다.



문화와 예술을 깊이 사랑하여 호라티우스 Horatius 와 베르길리우스 Vergilius, 프로페르티우스 Propertius 등의 문인들을 후원하였고 임종 때는 자신의 전재산을 황제에게 맡겨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사업에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마에케나스가 결정적으로 큰 재산을 모았던 것은 황제의 조언으로 이집트에 구입한 땅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부동산 투기로 치부를 한 셈인데, 부동산이 축재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네 사정과 크게 다른 것은 그렇게 모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있다.



앞서 말한 대로 마에케나스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창작활동을 뒷바라지하는 데 재물을 아끼지 않았고 그렇게 쓰고 남은 재산은 모두 문화와 예술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용하게 했다.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어느 국가나 민족이 크게 부흥하여 그 주위를 평정하고 위세를 떨쳤을 때, 안으로는 학문이나 예술을 크게 장려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도적 위치에 있는 개인들이 앞장서서 사재를 기꺼이 희사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했던 피렌체에서는 메디치 가문과 바르디 백작 등이 예술과 학문을 장려하는 데 앞장섰고 부르봉 왕가의 전성기를 열었던 루이 14세 역시 주변에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거느리면서 창작활동을 크게 장려했었다.



요즈음이 그렇지 과거에는 우리도 자랑할 만한 후원자들이 많았다. 박연을 총애하여 아악을 집대성케 했던 세종대왕이 그렇고 판소리에 관한 한 신재효의 역할 또한 메디치에 뒤지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기업메세나 활동의 대략을 살펴보면 회원사와 비회원사를 모두 포함한 지원건수가 1000여건을 조금 넘고 그 액수가 1000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해마다 뉴욕의 한 자산가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각종 예술기관과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나라에 비한다면 비교도 안될 만큼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개인의 자산이 우리나라 기업 모두의 자산 규모를 합한 것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신문지상에서 미국의 대부호 코크가 뉴욕의 링컨센터에 1억 달러를 기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천억이 넘는 거금이니 지금의 시장 금리라면 원금에 손대지 않고도 해마다 70억 가까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70억이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는 공연단체들의 일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이고 해마다 예술의 전당에 지원하는 정부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미국의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늘 부럽다면서, 우리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전에도 그랬듯이 누군가 장학금으로 거액을 쾌척했다는 소식은 되풀이되고 있지만 예술단체나 기관에 기부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오늘날 예술의 후원자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마에케나스 역시 그의 생애에 예술가와 예술 활동에 대한 헌신적인 기여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렇게까지 크게 기억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에케나스가 정치가로 그 이름 석자를 남기지 않은 것처럼 록펠러 역시 사업가로 그 이름을 남긴 것이 아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로 유명한지 그가 제정한 노벨상으로 유명한지 다시 한번 생각할 일이고 오늘날 카네기홀과 카네기재단이 아닌 카네기의 무엇이 남아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외벽은 타일로 덮여있다.



덕분에 햇볕을 잘 반사시켜 외관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에 타일이 제대로 붙어있을 수가 없다



. 해마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타일이 떨어져 나가고 그것을 새로 붙이는 데 드는 많은 예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지금은 ‘타일펀드’로 이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했다.



말하자면 필요한 타일 한 장 한 장의 값을 시민들이 형편껏 기부하자는 운동을 펼쳤고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 얻어 엄청난 기금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기부의 참 의미는 좋은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 있다.



결과로써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보람 있는 일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



. 먼저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직접 부딪혀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조금이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다면 처음부터 전체를 덥석 다 받아들여서 끌어안기 보다는 작고 개별적인 문제 하나하나에 접근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회사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부분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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