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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숨겨진 시대의 목소리… 폴란드 포스터전 현장을 가다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은 오는 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서 열린다.(사진=오현미 기자)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은 오는 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서 열린다.(사진=오현미 기자)

[광주타임뉴스=오현미 기자] 전시장 안은 비교적 조용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고, 누군가는 설명문을 읽은 뒤 다시 포스터를 바라봤다. 화려한 영상이나 거대한 설치물이 있는 전시는 아니었지만, 공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작품 대부분이 단순한 광고 이미지를 넘어, 한 시대의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리고 있는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은 20세기 폴란드 포스터 예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다. 1950~60년대 활동했던 ‘폴란드 포스터 학파’를 중심으로, 포스터가 단순한 홍보물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 초반부에는 영화와 공연 포스터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같은 영화를 다루더라도 할리우드식 포스터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배우 얼굴이나 장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영화의 감정과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실제로 폴란드 포스터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상징과 함축을 중요하게 여긴다. 당시 검열과 통제가 심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들은 은유적인 이미지와 독창적인 그래픽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에서 도슨트가 관람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오현미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에서 도슨트가 관람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오현미 기자)
해설 도슨트는 “폴란드 포스터는 단순히 공연이나 영화를 홍보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며 “당시 사회 분위기와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가운데 마련된 ‘은유와 상징’ 공간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꽃 한 송이, 찢어진 얼굴, 검은 그림자 같은 이미지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와 시대를 암시하는 시각적 언어처럼 사용됐다. 의미를 모두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을 이어갔다.

한쪽에서는 폴란드 포스터 특유의 유머 감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 얼굴을 일부러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무겁고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해학과 풍자를 놓지 않았던 당시 예술가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전시장 안쪽에는 1950년대 바르샤바 거리를 재현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낡은 벽면 사이로 다양한 포스터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실제 거리를 걷듯 천천히 작품 사이를 지나갔다. 지금처럼 온라인 광고가 없던 시절, 포스터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자 정보 매체였던 셈이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한 시민은 “‘거리야말로 포스터의 갤러리다’라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포스터가 미술관 안에서만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오래된 포스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포스터가 사회와 정치,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아도 오래 남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에서, 폴란드 포스터가 지닌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침묵, 그 고요한 외침: 폴란드 포스터전’은 오는 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오현미 기자 오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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