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주타임뉴스=이승언 기자]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국내 자영업자들의 금융권 대출 잔액이 1,1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액 역시 20조 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고, 연체율은 10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취약 차주들의 부실 징후가 뚜렷해지며 ‘자영업발(發) 금융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3개 이상 기관서 빌린 '한계 다중채무자' 수두룩… 1인당 평균 3억 9천만 원 원리금 짊어져
30일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95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작년 말(1,092조 9,000억 원)보다 불과 3개월 사이 2조 6,000억 원이 더 불어난 수치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다. 대출 종류별로는 사업자 대출이 745조 5,000억 원, 가계대출이 350조 원을 차지했다.
특히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이 645조 원에 달했다. 사실상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한계 상태에 놓인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163만 6,000명으로,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 9,000만 원에 육박해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체율 2%대 진입… 영세 저소득층·고소득층 불문하고 동반 부실화
전체 자영업자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분기 말 22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 분기(20조 3,000억 원)보다 2조 원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연체율은 2.04%로 상승, 2015년 2분기 말(2.08%) 이후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득별로 보면 양극단에서 부실이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저소득 자영업자(하위 30%): 대출 잔액이 153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연체율은 2.13%로 뛰어 2015년 말(3.88%)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고소득 자영업자(상위 30%): 대출 잔액이 744조 9,000억 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고, 연체율 역시 1.60%로 상승해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중소득 자영업자(30~70%): 연체율이 3.64%로 다른 소득층보다 수치 자체는 높았으나, 작년 동기(3.92%)보다는 다소 완화됐다.
제2금융권 연체율 '폭탄'… 저축은행 11년·여전사 12년 만에 최고치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취약 차주들이 주로 찾는 제2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무서운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무려 12.79%에 달해 전 분기(11.95%)보다 0.84%p 급등했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이어지던 2015년 1분기 말(14.01%)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시기 초저금리 혜택을 보던 2022년 2분기 말(1.78%)과 비교하면 무려 7배 넘게 폭등한 결과다.
카드사와 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또한 3.98%를 기록,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4년 1분기 말(3.94%) 이래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취약 차주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의 충격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 연체율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시화 시 추가 충격 불가피… 0.25%p 인상 시 이자 부담 1.8조 폭등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선반영되어 들썩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자영업자들이 짊어져야 할 원리금 상환 압박은 한계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약 65.5%)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대출 금리가 0.25%p만 올라도 전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1조 8,000억 원(1인당 평균 56만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0.50%p 인상 시에는 3조 6,000억 원(1인당 112만 원), 0.75%p 인상 시에는 5조 4,000억 원(1인당 168만 원)으로 이자가 불어난다.
특히 빚을 돌려막고 있는 취약 자영업자(다중채무자)들의 타격은 훨씬 치명적이다. 금리가 0.25%p 인상될 때 다중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은 총 1조 1,000억 원 증가하며, 1인당 연간 이자 독촉 액수는 65만 원씩 늘어나게 된다. 만약 금리가 0.75%p까지 급등할 경우 다중채무자 1인당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만 연간 195만 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향후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거나 서비스업 내부 경기가 추가로 둔화될 경우, 자영업 연체율이 걷잡을 수 없이 큰 폭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며 선제적인 부실 채권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