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단기적인 국내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 가능성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신학 차관 주재로 정유·해운업계 및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전격 개최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지난 2월 28일 발발했던 중동 전쟁은 종료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했으나, 최근 양국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해상 물류 긴장감이 다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선제적 물량 확보·우회로 가동…단기 대란 가능성은 낮아, 다행히 당장 국내에 원유 수급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선제적으로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 이상으로 충분한 상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송유관 및 공급망이 열려 있어 당장의 수급 차질은 피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도입한 비축유 스와프(SWAP) 제도와 연계해 미국산을 중심으로 비(非)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등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 상황이 국내 원유 수급 상황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장기화 시 ‘물량’보다 ‘가격’이 진짜 문제… 산업 전반 타격 우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우회 공급망이 존재하더라도 송유관 수송 용량의 물리적 한계 탓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막대한 물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사태가 지속되면 글로벌 원유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원유의 '양'보다 '가격 상승'이 국내 경제에 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물류비, 제조원가까지 연쇄적으로 밀어 올리며 국내 물가 전반과 산업계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계와 실시간 소통체계를 구축해 중동 정세와 수급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긴장 고조와 완화가 반복되는 '핑퐁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시적 변동성과 원유 도입단가 상승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비축유 관리나 도입선 다변화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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