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영주 홈플러스 기습 영업중단… ‘벼랑 끝’ 몰린 농어민·협력업체, “우린 굶어 죽으란 소리냐”



홈 플러스 영주점 네이버 켑처
홈 플러스 영주점 네이버 켑처
[영주타임뉴스=안영한 기자] 한때 경북 영주 지역 유통의 한 축이자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홈플러스 영주점’이 본사의 자금난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여파로 기습 영업 중단에 들어가면서 지역 사회와 농업계가 걷잡을 수 없는 도미노 충격에 휩싸였다.

단순히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닫는 문제를 넘어, 대기업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상화를 꾀하는 동안 지역의 약자인 농어민과 중소 협력업체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고사하고 있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영주시민이 95%… 하루아침에 생계 위협받는 지역 노동자와 소상공인, 지난 2007년 개점 이후 20년 가까이 영주 시민들의 가계와 소비를 책임져온 홈플러스 영주점은 지역 고용과 내수 순환의 핵심 기지였다. 현재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90여 명 중 무려 86명(약 95%)이 영주시민이다. 

이들은 본사의 기습적인 영업 중단 조치로 인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여기에 마트 내에 입점해 영농과 상업 활동을 이어가던 30여 개의 입점 점포 상인들 역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마트 집객 효과에 의존해 오던 주변 골목 상권까지 유동인구 급감으로 인한 심각한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출하 시기 놓치면 끝… 대금마저 묶여 피눈물 흘리는 농어민과 협력업체, 가장 뼈아픈 고통의 화살은 영주 지역의 농어민들과 영세 납품업체들에게 돌아갔다. 

이미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품했던 지역 농가와 납품업체들은 법정 관리 및 회생절차 돌입을 이유로 대금을 제때 정산받지 못해 극심한 운영자금 곤란에 직면해 있다. 직원 급여 지급은 물론 다음 농사를 위한 자재 대금 결제조차 불가능한 한계 상황이다.

특히 신선도가 생명인 농축산물은 일반 공산품과 달라서 출하 시기를 임의로 조정하거나 창고에 장기 보관할 수 없다. 

제때 수확해 납품하지 못하면 상품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며,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대기업 마트를 대체할 새로운 대형 판로를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장의 한 영주 농민은 “대기업은 회생신청을 하고 공익채권을 따지며 시간을 벌지만, 우리는 단 한 달만 대금이 밀려도 비료값, 사료값 감당이 안 돼 파산한다”며, “정작 대기업 부실의 책임은 그들에게 있는데, 왜 현장에서 땀 흘려 농사지은 농민들이 가장 먼저 피눈물을 흘려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리는 법만 있고, 보호하는 법은 없다”… 유 유명무실한 협력업체 보호 제도,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대한민국의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가진 극명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현행법은 부실 대기업을 연명시키고 정상화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할 뿐, 그 대기업을 믿고 물건을 납품해 온 하도급 업체와 농어민들의 ‘상거래채권’을 보호하는 안전망은 턱없이 부실하다.

법률 전문가들은 부도 대기업의 상거래 채권이 회생 채권으로 묶여 동결될 경우, 협력업체와 영세 상인들은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어렵고 정부의 긴급 금융 지원책 역시 복잡한 절차 탓에 늘 뒷북 처방에 그친다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

기업을 살려 일자리를 보전하는 법적 취지는 좋으나, 그 기업을 밑바닥에서 지탱해 온 수천 명의 농어민과 소상공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 회생이라면 그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협력업체와 농가들이 함께 버텨내야 기업도 정상적으로 살아날 수 있고 지역 경제의 뿌리도 유지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영세 농어민과 소상공인의 상거래채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특별법 마련과 제도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 

대기업의 부실 폭탄을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잔인한 카르텔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할 때다.

안영한 기자 안영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 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