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25억 횡령할 때까지 몰랐다… 영천시 '뚫린 전산망'



영천시청
[영천시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영천시청 [영천시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영천타임뉴스=김정욱] 경북 영천시의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7급 회계 직원이 전산 시스템을 200여 차례 넘게 조작해 무려 25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말단 행정조직의 허술한 예산 집행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1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회계사무 점검 과정에서 행정복지센터 회계 담당자 A씨가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을 230여 차례 허위 조작해 예산 25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7개월 동안 공공요금 납부 등을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처럼 상급자 결재를 받은 뒤, 실제로는 본인 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이 과정에서 영천시는 1분기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도 A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 직원 1명이 지출~송금 독점… "구멍 난 내부 통제", 이번 사건은 행정복지센터와 면사무소 등 최하위 행정기관의 예산 집행 구조가 본청에 비해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본청 부서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예산을 지출할 때 회계과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반면 행정복지센터나 면사무소는 회계 담당 직원 단 한 명이 전산 입력부터 최종 송금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전담하는 구조다. 

A씨는 이러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영천시 관계자는 "시스템상 잔고에 이상이 없으면 사전 예방이 어려운 구조"라며 "2분기 점검에서 예산 잔고가 과다 지출로 부족해진 점을 이상하게 여겨 범행을 밝혀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매달 평균 3억~4억 원의 거액이 새어나가는 동안 감지조차 하지 못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거창·양평 등 전국서 속출… "감사 시스템 촘촘히 개편해야", 최말단 행정기관의 공금 횡령 사건은 영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월 경남 거창군 면사무소 직원이 14억 원을 횡령했고, 2024년 11월에는 경기 양평군 면사무소 직원이 7억 9천여만 원을 빼돌리는 등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일선 행정기관의 회계 독점 구조를 깨고 감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사 사례가 전국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은 내부 행정 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역시 "단순 잔고 확인 수준의 점검에서 벗어나 항목별 밀착 검증이 가능하도록 정밀한 내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김정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 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