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프랑스 모니크 바르뷔(Monique Barbut) 생태전환부 장관이 '꿀벌 킬러'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허용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단순히 정부 결정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생태계 보전이라는 자신의 공직 철학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정치적 계산보다 생명의 가치를 선택한 그의 결단은 오늘날 환경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2026~2030년)」을 추진하며 전국적인 방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재선충 확산을 막는다는 정책 목표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방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광범위한 약제 살포와 산림 관리 방식이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산림을 찾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송충이와 각종 애벌레, 곤충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곤충 감소는 곧 새와 양서류, 포유류 등 먹이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생태학적 문제다.
특히 꿀벌을 비롯한 수분매개 곤충은 농업과 산림생태계 유지의 핵심 축이다. 세계적으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개체군 감소와 관련된 위험성을 둘러싸고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으며, 여러 국가에서는 사용 제한 또는 규제를 시행해 왔다.
대한민국 역시 병해충 방제 정책이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재선충 방제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생태계 보전은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다. 문제는 어느 한쪽만을 목표로 삼아 다른 가치를 희생하는 정책이 반복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전국 곳곳에서 소나무 고사 현상이 계속 보고되고 있음에도 그 원인이 재선충병인지, 기후변화인지, 가뭄이나 토양환경 변화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원인 분석보다 방제 중심의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투명한 검증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랑스 장관은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떠나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대한민국 공직사회에도 이러한 책임윤리가 필요한 시대다.
환경은 경제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 기반이다. 벼룩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병해충 방제 역시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프랑스 사례는 단순한 해외 정치 뉴스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산림정책과 환경정책이 과연 생태계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경고이자, 공직자의 책임과 양심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 하나의 이정표라 할 것이다.
2026년 7월 사단법인 환경행동연합 이사장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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