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이 민선 9기 출범 후 처음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중앙정부와 대전시장, 지역 국회의원, 지방의회까지 민주당 ‘원팀’을 이룰 조건이 갖춰졌다며 “그만큼 책임감도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 재정 상황을 극복하고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대전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전시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13일 오전 7시30분 옛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민선 9기 첫 공식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협의회에는 허 시장과 장종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박범계·조승래·장철민·박용갑·박정현·황정아 국회의원을 비롯해 대전시 실·국장과 시당 관계자, 국회의원 보좌진 등 60명이 참석했다.
당정은 본회의에 앞서 ‘공공기관 이전은 대전으로!’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지역 현안 10건과 2027년도 국비사업 11건 등 모두 21개 과제를 테이블에 올렸다. 공식 회의자료에도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교도소 이전까지 10개 현안과 11개 국비사업이 제시됐다.
허 시장은 이날 첫 발언부터 ‘원팀’을 꺼냈다.
허 시장은 “민선 9기 출범 이후에 처음으로 지역에 있는 일곱 분의 국회의원님들을 모시고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게 돼서 무엇보다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의원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지역 현안도 논의하고 또 우리 도시의 발전을 함께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정부 하에서 우리 대전시는 매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며 “일곱 분의 민주당 국회의원님들과 대전시장 그리고 의회까지 민주당으로서의 원팀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그만큼 책임감도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대전시, 지역 정치권이 같은 당이라는 정치적 환경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이를 대전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허 시장이 이날 제시한 ‘원팀’의 전제다.

허 시장은 민선 9기 대전시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현실적인 과제로 재정위기를 꼽았다.
그는 “우리 대전시정을 의원님들께서도 이미 잘 알고 계시고 또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들으셨겠지만 재정이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되는 숙제도 함께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대전시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또 우리 대전시의 발전을 만들어 나아가겠습니다만 우리 의원님들의 절대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허 시장은 “의원님 여러분들께서 더 많은 관심과 노력 함께 부탁드린다”고 지원을 요청했다.
허 시장의 발언은 이날 대전시가 제시한 2027년도 국비사업과 맞물린다.
대전시는 신규사업인 온통대전 연계 생활경제 AI 플랫폼 구축에 국비 250억원을 요청했다.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를 1759억원에서 2224억원으로 조정하고 2027년도 국비 75억원을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중대범죄수사청 대전청 청사 기본설계비 7억원과 가칭 아트 앤 테크센터 건립 타당성 조사·건축기획 용역비 22억원, 도심융합특구 앵커시설 건축기획 용역비 5억원도 정부예산 반영 대상으로 올렸다.
국립미술품 수장보존센터 15억원과 서구 갈마지구 노후주거지 정비 18억원, 외삼~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 48억원을 비롯해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건설에는 건축·시스템 분야 적기 착공을 위한 국비 204억원을 요청했다.
허 시장이 ‘원팀’과 함께 강조한 또 다른 축은 정부의 대형 산업정책에서 대전의 역할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허 시장은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서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전시가 소외되지 않고 또 이 변화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한 주축으로서의 대전의 역할을 만들어 나가는 데도 의원님 여러분들께서 많은 역할을 해 주셨다”고 말했다.

‘대전 소외’에 대한 우려는 허 시장만의 문제의식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 공개발언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의 첨단산업 투자와 대형 프로젝트에서 대전의 몫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을 잇달아 내놨다.
장종태 시당위원장은 충청권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언급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이끌어온 우리 대전이 정작 이 거대한 투자에 빠지는 것이 혹시 아니냐 하는 우리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들이 지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는 대전에서 하고 일자리가 대전에서 빠져나간다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전체 투자계획이 결정된 뒤 대전 몫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가 큰 그림을 다 그려놓은 뒤에 뒤늦게 대전의 몫을 요청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전 패싱 우려가 생기지 않게 투자계획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전의 사업이 함께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당정의 과제로 제시했다.
장철민 의원 역시 대전의 준비 정도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장 의원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해 “우리가 정말 많이 잘 준비돼 있나라는 걱정이 든다”며 “핵심적인 콘텐츠와 큰 내용에 있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제도와 정부 정책이 확정된 뒤 대응할 것이 아니라 대전시가 먼저 필요한 사업과 지원책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 논의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선제적인 준비를 주문했다.
황정아 의원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역량을 대전이 정부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핵심 기반으로 제시했다. 대전시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만큼 국회에서도 예산과 입법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범계 의원도 대전의 미래 성장전략에서 대덕특구의 연구개발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의원은 “추격형이 아니라 선도형으로 끌고 가는 나라의 새로운 성장축 그리고 균형발전의 축을 우리가 끌고 가는” 방향을 제시하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덕연구단지의 연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이날 허 시장이 지역 정치권과 함께 풀어야 할 핵심 현안으로 부각됐다.

대전시는 2020년 혁신도시 지정 이후 과학기술·지식재산·기술창업·벤처성장을 4대 중점 분야로 설정하고 40개 공공기관을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관리 전문기관과 지식재산, 방산, 철도서비스, 물·공기 그린테크, 창업·벤처 기술금융 등의 기능을 대전의 기존 연구·산업 기반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장종태 위원장은 하반기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에 대응해 이달 말 허 시장과 지역 의원들이 참여하는 시당 차원의 토론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이 유치할 기관과 전략을 논의하고 여기서 모은 의견을 국무총리와 정부 부처 등에 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승래 의원은 공공기관 이전의 논리도 보다 선명하게 만들 것을 주문했다.
조 의원은 과거 중소벤처기업청이 부로 승격돼 세종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했던 “부는 세종으로, 청은 대전으로”라는 입장을 거론하며 추가로 청 단위 기관을 이전할 경우 대전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가 이날 제시한 지역 현안은 공공기관 이전 외에도 방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제도개선, CTX 조속 착공,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재설립, 서대전역 복합환승센터,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국가반도체 종합연구소, 제5차 국가철도망 노선 반영, 대전교도소 이전 등이다.
허 시장은 이들 현안과 예산 문제를 시가 정해 정치권에 지원만 요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오늘은 첫 당정협의회로서 주요 현안에 관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이걸 통해서 예산의 문제라든지 사업의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들도 좋은 의견 주시면 적극적으로 우리가 반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들의 주문도 이어졌다.
박정현 의원은 대전시 재정 문제와 관련해 “지금은 우리가 집권을 했기 때문에 전 시장이 그랬다라고만 계속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위기를 극복하면서 또 민생을 회복하는 이중적 과제를 우리가 어떻게 잘 풀 것인지가 사실은 대전 시민들 입장에서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간헐적인 당정협의회를 넘어 현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장종태 위원장도 국비 확보 방식의 변화를 요구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예산안 편성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는 새로운 사업을 넣기 어렵다며 “정부안이 나온 뒤에 국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정부안에 대전의 몫이 담길 수 있도록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부지런히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갑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 대전청과 CTX 서대전역 연장 문제를 꺼냈다.
박 의원은 중수청 문제에 대해 “우리 중수청이 왜 세종에 가서 임시 청사를 해야 되는지, 그동안에 우리 대전시는 뭐 했는지 우리 정치권은 뭐 했는지 좀 부끄럽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수청 대전청 청사와 2027년도 설계비, CTX의 서대전역 연장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이날 첫 당정협의회에서 허 시장이 강조한 ‘원팀’은 정치적 구호에만 머물지 않았다. 허 시장은 같은 당이 중앙정부와 대전시, 지역 정치권을 연결하는 조건을 갖춘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무겁다고 규정했고, 재정위기와 정부 대형 프로젝트, 공공기관 이전, 국비 확보를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 정치권도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대전시를 향해 정부 정책의 설계 단계부터 대전의 몫을 확보하고 국비사업을 보다 일찍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허 시장이 이날 “원팀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책임감도 매우 무겁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전시가 처한 재정위기를 넘고 정부의 산업 재편 과정에서 대전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허 시장의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이날 당정이 테이블에 올린 21개 현안의 향방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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