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대전지역 초·중·고 20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의 확대와 성과 검증 순서를 놓고 대전시의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김미희 대전시의원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확대하고 이후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정책의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따졌고, 오석진 대전시교육감은 “일괄적인 도입이 아니라 단계적인 조건부 확대”라고 맞섰다.
김 의원은 2일 대전시의회 제299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오 교육감을 상대로 IB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와 성과 검증, 국내 대학입시와의 연계, 교육과정 전환에 따른 학생 지원 대책 등을 집중 질의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전교육청은 올해 초·중·고 20개 학교에 3억1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의원은 먼저 IB 도입 자체의 필요성부터 물었다. 국가교육과정 역시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탐구·토론, 창의적 사고,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예산과 교원 연수를 투입해 IB를 확대해야 할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전교육은 왜 반드시 IB여야 하느냐”며 먼저 IB를 시행한 다른 지역 졸업생을 대상으로 기존 교육과정과 비교한 학업성취도와 진학 결과, 학생·학부모 만족도 등 객관적인 검증자료가 충분한지도 따져 물었다.
오 교육감은 IB가 국가교육과정을 대체하는 별도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국가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개념 기반 탐구학습과 과정 중심 평가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수업·평가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교육청의 목표도 IB 인증학교 수 자체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IB의 장점을 대전 교육 여건에 맞게 활용해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수업·평가 혁신 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보충질문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김 의원은 교육청이 탐색학교와 연구학교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고 대전형 IB 성과지표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점을 짚으며 “현재 IB의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인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대전에는 이미 초·중·고 20개 학교가 IB에 참여하고 있고 예산도 투입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확대하고 그 이후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정책의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대전형 IB 성과지표를 앞으로 개발하겠다는 교육청의 답변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성과지표를 앞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현재 IB 사업의 성패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명확한 성과지표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뜻 아니냐”며 “평가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부터 확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고 압박했다.
오 교육감은 IB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반적인 평가자료는 이미 축적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IB 운영학교 교원의 68%가 학생 주도성과 탐구력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는 결과도 제시했다.
다만 대전교육청의 정책 목표에 맞춘 별도의 성과관리 체계는 마련하겠다고 했다. 학생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과 수업 참여도, 교육 만족도, 탐구·토론 중심 수업과 서술형 평가 확산, 교원의 수업·평가 전문성 등을 성과지표에 반영하겠다는 설명이다.
IB 확대가 검증 없이 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선을 그었다.
오 교육감은 “학교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탐색학교와 관심학교, 후보학교, 인증학교 등의 절차를 거쳐 학교 구성원의 공감대와 전문성, 교육과정 운영 여건, 학생 지원체계와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괄적인 도입이 아니고 현재 단계적인 조건부 확대”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대학입시 선택권도 쟁점이 됐다.
김 의원은 교육청이 IB와 학생부종합전형의 연계성을 설명하자 “우리 학생들이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IB를 선택한 학생이 일반 교육과정이나 수능 중심 진학으로 방향을 바꾸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오 교육감은 “IB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학생의 이후 진로 선택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IB 과정에서 일반 교육과정이나 수능 중심으로 진로를 변경할 경우 학습 공백과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충수업과 방과후 프로그램, 과목 선택 상담 등을 지원하고 교육청과 학교의 진학지도 체계를 연계해 맞춤형 진학상담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IB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검증과 확대 순서를 따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도입하고 나서 효과를 찾는 정책과 효과를 확인하고 확대하는 정책은 다르다”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정책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검증 없는 확대가 아니라 검증에 따른 확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육감은 매년 성과 진단과 맞춤형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점검 결과에 따라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며 “의원께서 걱정하는 부분을 꼼꼼히 챙기고 전문적인 조언을 들으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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