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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태안 앞바다 개발구역 6천만 평”…박수현 지사, 어업인연대 면담 지시

[서해논단] 박수현 충남도지사가 8일 민선 9기 첫 시·군 방문 일정인 ‘충남통(通)행’의 두 번째 행선지로 태안군을 찾은 가운데, 해상풍력과 골재·광물 채취사업이 집중된 태안 앞바다의 어업권 문제가 현장에서 제기됐다.

박 지사는 이날 윤희신 태안군수와의 간담회와 지역 언론인 간담회, 태안군의회 방문 등에 이어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공직자와 기관·단체 관계자, 군민 등 600여 명이 자리했다.

               


[윤희신 태안군수와 박수현 충남도지사]

윤 군수는 이 자리에서 태안∼서산 고속도로 조기 착공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태안 유치,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연계 특화산업단지 조성 등을 충남도에 건의했다.

또 안면도 관광지 개발 3·4지구의 조속한 추진과 꽃지해안공원 상시 활용 방안, 태안 유류피해극복 20주년 기념행사 도비 지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 샌드뮤지엄 조성, 충남서부권 광역상수도 조기 준공 등에 대한 도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박 지사는 꽃지해안공원 활용과 관련해 “윤희신 군수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건의했던 사안”이라며 “군과 군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꽃지해안공원이 지속 가능한 명품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에 대해서는 충남 유치가 도의 공식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도지사가 특정 시·군을 입지로 명시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62·163해구에서 연간 1,100여 척 조업”

이날 군민과의 대화에서는 태안 앞바다 개발사업과 어업인의 조업권을 둘러싼 질문도 나왔다.

사단법인 해양수산어업인연대 김종훈 대표 측 박승민 사무총장은 국립수산과학원 정보공개 자료를 토대로 대한민국 연근해 92개 해구가 표시된 해구도를 박 지사와 윤 군수에게 전달했다.

박 사무총장은 태안군 관내 주요 조업해역인 162·163해구를 적색으로 표시한 자료를 제시하며 해상풍력과 골재·광물 채취사업의 중첩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163해구에서는 연간 640여 척의 어선이 조업하고 있으며, 162·163해구를 합하면 연간 조업선 수가 1,100여 척, 조업일수는 약 1만2,000일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수협중앙회가 2025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두 해구에서의 어획 규모는 약 2,800억 원”이라며 “단순한 바다 공간이 아니라 어업인들의 생계와 지역 수산경제를 지탱하는 생산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조업선 수와 조업일수, 어획금액은 어업인연대가 국립수산과학원 및 수협중앙회 관련 자료를 분석해 현장에서 제시한 수치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중복 조업선 포함 여부 등은 관계기관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 설명:박수현 충남도지사가 8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에서 사단법인 해양수산어업인연대 박승민 사무총장의 태안 앞바다 조업권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박 지사는 도 담당자에게 어업인연대와의 별도 면담 일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개발사업 단순 합산 6천만 평...조업 공간 위협”

박 사무총장은 해구 한 곳의 면적이 약 8,600만 평에 달한다고 설명한 뒤, 태안 앞바다에서 추진되거나 허가된 각종 개발사업의 구역 면적도 공개했다.

어업인연대가 현장에서 밝힌 사업별 면적은 해상풍력 약 2,500만 평, 골재채취 약 1,500만 평, 지르코늄 광물채취 약 2,000만 평이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약 6,000만 평이다.

박 사무총장은 “태안 관내 162·163해구에서 대규모 해양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거나 추진되면서 어업인들의 조업 공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6,000만 평은 각 사업자가 제시하거나 관련 자료에 나타난 사업구역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사업별 구역이 실제로 일부 중첩되는지, 개발행위가 전 구역에서 동시에 이뤄지는지는 별도로 구분해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상풍력과 골재채취, 광물채취가 특정 해구에 집중될 경우 조업구역 축소와 항로 충돌, 해저 생태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어업인연대 측의 문제 제기다.

“공익법인 건의보다 어업인 목소리에 관심을”

충남도의 해상풍력 전담체계 구성 과정에 대한 유감도 제기됐다.

박 사무총장은 “도지사가 밝힌 바와 같이 한국서부발전 에너지지원단 이재수 단장의 건의를 계기로 지난 8월 10일 충남도 내 해상풍력 전담반이 구성됐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풍력 사업과 관련된 공익법인의 건의를 우선 반영하기보다, 실제 바다에서 조업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도민이자 어업인의 건의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충남도가 해상풍력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체계를 강화하면서도 사업구역에서 직접 조업하는 어업인의 참여와 의견수렴 체계는 충분히 갖췄는지를 묻는 취지다.

해상풍력 전담조직의 구성 경위와 한국서부발전 측 건의가 실제 조직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업인단체의 의견을 어떤 절차로 수렴했는지는 충남도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통하는 충남’ 현장에서 드러난 소통 공백

이날 현장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대책위원회 측이 충남도지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3개월째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선 9기 통하는 충남’을 내세운 박 지사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서실의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 이어 관계 공직자들에게 소통체계를 즉시 점검하고 쇄신할 것을 주문했다.

어업인연대의 질문에 대해서도 박 지사는 현장에서 도 담당자에게 단체 측과 별도의 면담 일정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면담에서는 162·163해구의 조업선과 어획량 현황, 해상풍력·골재·광물 채취사업의 구역 중첩 여부, 사업별 누적 해양환경 영향과 어업인 참여 절차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개발 속도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바다의 현재’

충남도는 석탄화력 폐지에 대응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미래항공모빌리티·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을 태안의 미래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과 지역개발이 ‘정의로운 전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어업인의 생존권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사업자는 개발 가능성을 말하고, 어업인은 조업 공간의 상실을 우려한다. 행정은 투자 규모와 미래산업을 강조하지만, 주민은 현재의 생계와 바다의 변화를 묻는다.

박 지사가 지시한 별도 면담이 단순한 의견 청취에 그칠지, 아니면 해구별 조업 실태와 개발사업의 누적 영향을 검증하는 공식 협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통하는 충남’의 성패는 현장에서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질문에 어떤 자료와 정책으로 답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남열 기자 이남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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