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기자] “오늘 밤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태안군에 거주하는 임신부가 인터넷에서 가까운 분만실을 찾으려 해도 명확한 답을 얻기 어렵다.
산부인과 진료기관은 검색된다. 그러나 실제 자연분만을 받는지, 야간 응급 제왕절개가 가능한지, 산부인과와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지, 신생아에게 이상이 생기면 어느 병원으로 옮기는지는 한눈에 확인되지 않는다.
공개자료상 태안군에는 현재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만기관 목록을 토대로 2026년 9월 11일 대조된 자료에 따르면 충남의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17곳이다. 이들은 15개 시·군 가운데 8개 시·군에 분포했다.
태안군은 명단에 없었다.

[가장 가까운 분만실 후보군 서산의 의원 2곳]
출산과 양육을 지원한다는 정책은 있지만, 정작 태안에서 아이를 낳을 분만실은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후보는 서산의 의원 2곳이다. 태안 주민이 우선 확인할 수 있는 인접 분만기관은 서산시의 엠산부인과와 한마음산부인과다.
엠산부인과는 산과 의사 4명, 24시간 분만과 제왕절개 가능 기관으로 표시돼 있다. 한마음산부인과는 산과 의사 2명, 24시간 분만과 제왕절개 가능 기관으로 안내된다.
당진시 미즈맘산부인과도 산과 의사 5명, 24시간 분만, 제왕절개와 소아과 연계가 가능한 기관으로 표시됐다.
홍성의료원은 산과 의사 3명과 24시간 분만, 제왕절개, 소아청소년과 연계가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안내된다.
그러나 공개화면의 ‘24시간 분만’이라는 문구만으로는 응급상황에 필요한 모든 의료인력이 병원 안에 상주한다고 볼 수 없다.
야간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원내에 있는지, 전화 호출 방식인지, 응급 제왕절개를 위한 마취과 의사가 즉시 투입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신생아에게 호흡곤란이나 다른 이상이 발생했을 때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지, 신생아중환자실이 없다면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는지도 중요한 정보다.
분만 ‘가능’과 응급분만 ‘대응 가능’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산부인과 간판이 있어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주민에게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은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신 진단과 산전검사, 여성질환 진료를 하는 산부인과가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만실을 운영하려면 산부인과 의사뿐 아니라 간호인력과 수술실, 마취 대응, 응급혈액, 신생아 처치 및 상급병원 이송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자연분만은 출산 시각을 정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은 진통이 시작되는 시간과 관계없이 밤과 휴일에도 의료진을 대기시켜야 한다.
저출생으로 분만 건수가 줄어들수록 이 같은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분만기관이 사라지면 남은 기관으로 산모가 몰리고, 의료진의 부담은 다시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 피해는 가장 먼저 농어촌 산모에게 돌아간다. 임신 중에는 서산으로, 응급상황에서는 어디로, 즉 정기적인 산전진료를 위해 서산을 오가는 것과 갑작스러운 진통·출혈·태아 이상으로 이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평상시에는 가까운 의원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고위험 임신이나 조산 가능성이 있는 산모는 신생아중환자실과 응급수술체계를 갖춘 종합병원 또는 상급병원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주민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판단할 공적 안내체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태안군보건의료원과 보건소가 임신부 건강관리와 각종 지원사업을 안내하더라도,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는 지원금 목록만이 아니다.
밤에 진통이 시작됐을 때 연락할 곳, 응급 제왕절개가 가능한 병원, 고위험 임신부를 받을 병원, 119가 이송할 권역센터가 함께 안내돼야 한다.
병원의 전화번호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임신 위험도와 응급상황별 이송경로가 공개돼야 한다. 태안군청 정보가 없는 것이 더 위험하다. 가세로 전 군정의 8년 평온한 근무환경을 원하는 공무원노조의 군민 탄압이 존재한다.

[태안군공무원노조(대표 김미숙)의 민원 불편 1인 시위자 청사 밖 퇴출 시위장면과 평온한 근무환경을 주장하는 피켓 시위장면]
의료기관 운영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분만 실적이 있었던 병원도 의료진 퇴사나 휴직, 병상 부족, 당직 공백으로 신규 산모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평소 진료하던 산모만 분만을 받고 외부 산모의 응급분만은 받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검색자료만 믿고 병원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모든 확인 책임을 임신부와 가족에게 맡기는 것도 공공행정의 역할이라고 보기 어렵다.
응급상황에서 산모가 여러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분만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면 이미 골든타임은 줄어든다.
어느 병원이 정상 분만을 받고 있는지, 야간 응급수술과 고위험 산모 수용이 가능한지를 지방정부와 소방기관이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
주민에게 공개된 정보와 119가 보유한 이송정보가 달라서도 안 된다. 출산지원 정책의 출발점은 ‘안전하게 낳을 권리’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지원금과 산후조리비, 임신검사, 영양제, 육아용품 등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을 병원이 지역에 없다면 출산지원 정책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 빠져 있는 셈이다.
출산지원금은 예정된 날짜에 지급할 수 있지만 진통과 응급상황은 행정시간에 맞춰 발생하지 않는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분만실이 있다는 홍보가 아니다. 실제로 밤과 휴일에도 산모와 태아를 지킬 수 있는 의료체계다.
태안군에 자체 분만실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지, 인접 서산의 민간 분만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홍성의료원이나 천안권역 고위험 산모센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분만실 한 곳을 신설하자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낮은 분만 건수 속에서도 의료진과 수술실을 지속해서 운영할 재원과 인력 확보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태안군·충남도가 답해야 할 질문은 "태안군과 충남도는 우선 태안 주민의 실제 출산경로를 공개"해야 한다.
최근 3년간 태안군 산모들이 어느 시·군의 어느 의료기관에서 출산했는지, 임신부 관련 119 이송이 몇 건이었는지, 평균 및 최장 이송시간은 얼마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 제왕절개가 가능한 인접 의료기관과 고위험 임신부 이송병원도 공개해야 한다. 태안군이 인접 분만병원과 별도의 협약을 체결했는지,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검토하거나 신청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할 사안이다.
태안군보건의료원은 임신부 응급상황에서 어디까지 처치할 수 있으며, 어느 기준에 따라 서산·홍성·천안 등으로 이송하는지도 주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본지는 태안군과 충남도, 태안소방서 및 인접 분만기관에 관련 자료와 답변을 요청할 예정이다.
“오늘 밤 아이를 어디서 낳습니까” 대한민국은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라고 말한다.
지방정부도 출산 친화도시와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을 약속한다. 그러나 태안 주민이 가까운 분만실을 검색했을 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답은 ‘태안에는 없다’는 사실뿐이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그 병원이 오늘 밤에도 산모를 받을 수 있는지, 응급수술과 신생아 처치가 가능한지는 다시 전화해 물어야 한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안전하게 낳을 권리를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다.
태안군과 충남도는 이제 주민의 가장 단순하고 절박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오늘 밤 진통이 시작되면 우리 아이를 어디에서 낳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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