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李대통령 순방 중 “재제청 불가”… 靑 허찌른 조희대, 벼랑 끝 사법부 앞날은



민주당, 대법원 항의 방문
민주당, 대법원 항의 방문
[서울타임뉴스 = 김동진기자] 올해 초부터 이어진 대법관 인선 갈등이 청와대와 사법부의 사상 초유 정면충돌로 치달으면서 법조계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양 헌법기관이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협의해오던 수십 년 관행이 깨지고 사실상 치킨게임 형태의 책임 공방으로 맞서면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출구를 찾기 힘든 장기 표류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제청 갈등은 지난 1월 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대법원은 윤성식·손봉기 부장판사를, 청와대는 김민기·박순영 고법판사를 선호하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대법원이 박순영 고법판사로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상징성을 들어 김민기 고법판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고법판사의 배우자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고,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며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후임 없이 퇴임했다.

대법관 공백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사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손봉기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전격 임명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며 나머지 추천 후보 중 1명을 다시 제청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헌법적 근거 대라”… 청와대 허찌른 조희대의 ‘법리적 강수’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새 판’을 짜서 재제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달 22일 예상을 깨고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발표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를 향해 두 가지 핵심 요구를 던지며 사실상 헌법적 명분을 조준했다.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없는 명확한 사유 제시

헌법상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리적 근거 명시

앞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손 후보자가 왜 적임자가 아닌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이 임명권을 무기로 특정 후보를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독자적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상 공백을 정면으로 파고든 것이다.

“정무적 시점 분란” vs “사법부 제청권 수호”… 엇갈리는 평가

조 대법원장의 발표 시점을 두고도 법조계의 해석은 갈린다. 조 대법원장은 이달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에서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났으나 당시에는 재제청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자마자 다음 날 바로 반박 입장을 내놓으면서 청와대의 허를 찔렀다는 분석이다.

일선 법원의 한 판사는 “법리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시점에 메시지를 낸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 불쾌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법관은 “청와대에 명확한 답변 책임의 공을 넘긴 뒤 헌법적 원칙을 세우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강 대 강 정면충돌의 뿌리에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내린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등 정치적 앙금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내년 6월 조 대법원장의 퇴임 전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양 헌법기관의 주도권 싸움 속에 사법부의 수장 공백 및 재판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 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