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뉴스=이남열 기자] 2012년 태안에서 서울 삼성그룹 사옥까지 약 200㎞를 걸으며 삼성중공업의 피해지역 발전기금 증액을 요구했던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이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 귀속분의 공공관리 전환 논의에 다시 나설 전망이다.
태안지역 피해민과 주민사회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서해안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배분금 반환청구소송 1심 선고 이후, 가칭 ‘삼성지역발전기금 태안 공공관리전환 범군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기금을 또 다른 민간단체에 넘기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금을 안전하게 보전하고, 태안군·태안군의회·피해주민·어민·지역사회·법률 및 회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관리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태안군청에서 출발 서울 삼성중공업 본사까지 약 200km 도보 행진 중인 김진권 전 의장 MBC 인터뷰 장면2012.12.3.]
▷1천억 제시에 맞서 “5천억으로 증액하라”
2012년 12월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진권 전 의장은 태안에서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까지 약 200㎞를 도보로 행진하며 피해주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지역발전기금 증액을 촉구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피해지역 발전기금으로 1천억 원을 출연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피해민들은 원유유출사고로 발생한 어업·관광·지역경제 피해를 고려해 5천억 원 이상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의장은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삭발과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막대한 피해로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발생했다”며 ‘삼성중공업이 지역발전을 견인할 기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피해민들의 장기간 투쟁과 국회 중재를 거쳐 2013년 삼성중공업은 총 3,600억 원 규모의 피해지역 지원에 합의했다.
전체 지원액은 이미 시행한 사회공헌사업 500억 원, 현금 출연금 2,900억 원, 별도 지역사업 200억 원으로 구성됐다. 현금 출연금과 이자를 합한 약 3,067억 원 가운데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는 태안·서산·당진·서천 등 충남 4개 지역 몫 2,024억 원이 배분됐다. 이 가운데 태안지역 귀속분은 약 1,503억 원으로 알려졌다.
▷기금은 확보했지만 목적사업은 왜 지연됐나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정관은 조합의 목적을 ▲어장환경 복원 ▲지역경제 활성화 ▲피해주민 권익·복리 증진 ▲유류오염사고로 발생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 ▲공공복리 증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 운영 과정에서는 대규모 기금이 실제 피해주민과 지역사회에 충분히 집행되지 못한 채 장기간 예치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국응복 이사장 체제에서 이사장·지부장·상임이사 등 임원 보수와 수당, 조직 운영비, 사업선정 절차 및 회계 공개 수준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정관 제59조는 일반 임원에게 조합 업무와 관련된 비용을 실비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고, 상임임원에게는 별도 규정에 따라 보수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가칭 범군민추진위원회는 '상임임원 별도 규정'이 모든 문제의 진원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칭 추진위는 상임임원 지정과 보수규정 제정 절차, 총회·이사회 의결 여부, 실제 근무 내용, 지급 재원과 금액, 공동모금회의 지급 제한 조치 이후 추가 지급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 국응복 이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주민사회가 제기하는 핵심은 임원 보수 자체만이 아니다
기금의 당초 목적사업인 어장 복원과 지역경제 회복, 피해주민 복리증진은 지연된 반면 조직 유지비와 임원 보수가 우선 집행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해양수산부도 2021년 조합에 2016년 이후 연도별 예산집행 실적과 결산자료, 임직원 인건비 집행 현황, 감사자료 등 24건의 제출을 요구하며 운영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신규·대규모 사업 중단과 임원 보수·수당 지급 제한 등의 조치를 거쳐 배분사업계약을 해지하고 잔액 반환을 통보했다. 2023년 12월에는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를 상대로 배분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오는 10월 1일 1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민사판결은 배분사업계약 해지와 기금 반환책임을 판단하는 절차다. 판결 결과만으로 특정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 등 형사상 범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견해도 나왔다.
가칭 추진위는 판결문이 어떤 계약 위반과 운영상 문제를 인정했는지는 선고 뒤 판결 이유를 통해 따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공공관리 체계 세워야”
가칭 범군민추진위원회가 제시할 공공관리 전환안은 태안군이 기금을 임의로 넘겨받아 일반 행정예산처럼 사용하는 방식과도 다르다.
우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법원 판결에 따라 회수되는 기금과 이자를 안전하게 보전하고, 태안지역 귀속분을 다른 지역이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동모금회·태안군·태안군의회·피해주민·어민·지역사회·법률 및 회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기금의 법적 귀속과 관리방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전 의장, 역사성과 책임 함께 짊어질 상징적 인물
김진권 전 의장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삼성중공업의 책임과 피해보상, 지역발전기금 증액을 요구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투쟁을 정치적으로 소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어렵게 확보한 기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못한 데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이어가기 위한 대안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가칭 범군민추진위원회 설립 추진단은 실제 의사결정은 피해민·어민·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대표 및 운영위원회 체제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정 정당이나 선거 후보를 지지·반대하지 않고, 추진위원 임원은 원칙적으로 무보수로 활동하며 회계와 회의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한다는 운영원칙도 성명서에 포함할 예정이다.
범군민추진위 구성 추진위 측은 10월 1일 판결문을 확보해 법원이 인정한 사실과 반환 범위를 분석한 뒤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태안군에 공식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허베이조합과 국응복 전 이사장 측에도 임원 보수의 산정 근거와 의결절차, 목적사업 집행 현황, 공동모금회의 계약해지 사유 및 반환소송에 대한 입장을 물어 차후 대응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삼성지역발전기금은 특정 단체나 임원의 재산이 아니다. 그렇다고 태안군수가 일반 행정사업에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도 아니다.
10월 1일 판결 이후 태안지역 귀속분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보다, 어떤 제도가 주민통제 아래 원유유출 피해 회복과 태안의 미래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사안이 태안 관내 긴급 현안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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