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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벽장식’ 된 송자대전판…반세기 만에 대전으로



[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1926년 대전 남간정사에서 다시 새긴 뒤 미국으로 건너가 반세기 넘게 벽걸이 장식품으로 사용됐던 ‘송자대전판’이 대전으로 돌아와 처음 공개된다. 국외로 반출된 대전 문화유산이 환수된 첫 사례다.

대전시립박물관은 2026년 다섯 번째 ‘박물관 속 작은 전시’로 《장식에서 다시 유산으로 – 송자대전판》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책판은 송시열의 문집 『송자대전』 가운데 권174의 제27·28장을 새긴 것으로, 1926년 남간정사에서 복각한 5000여 매 가운데 하나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대전으로 돌아왔다.


『송자대전』 책판은 정조대에 처음 제작돼 괴산 화양동 환장사에 보관됐지만 1907년 의병 진압에 나선 일본군이 절을 불태우면서 함께 소실됐다.


책판을 다시 새기려는 움직임은 1920년대 전국 유림이 대전 소제동에 화양소제고적보존회를 결성하면서 본격화됐다. 보존회는 각 도에 지방부를 두고 회원들의 의연금을 모아 1926년 남간정사에서 5000여 매를 다시 새겼다.


이번에 환수된 책판은 이후 뜻밖의 경로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복각된 책판 일부가 1970년대 초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에 나왔고, 당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서 근무하던 애런 고든이 이를 구입했다. 고든은 1972년 귀국하면서 책판을 여동생에게 선물했다.


책을 찍던 목판은 미국에서 벽걸이 장식품으로 바뀌었다. 벽에 걸기 위한 금속 고리가 달렸고 글자 위에는 은색 안료가 덧칠됐다.


반세기 넘게 미국에 머물던 책판은 고든의 외손자 에런 팔라와 가족이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미국사무소를 거쳐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전시에서는 송자대전판 복각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함께 공개된다.


‘송자대전 중간소 망첩’은 1913년 송자대전중간소의 직책과 담당자 7명을 기록한 문서다. 그동안 신문 기사를 통해서만 알려졌던 중간소의 실물이 처음 확인된 자료다.


명단에는 상의장 민영규, 소장 김종한, 교정장 김학진 등과 함께 을사조약 이후 홍주에서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과 맞선 의병장 민종식이 총무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물관은 이 자료가 송자대전판 소실 이후 1920년대 화양소제고적보존회 설립까지의 과정을 연결해 책판을 다시 새기려는 움직임이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화양소제고적보존회의 취지서와 총회록, 입회원서, 전국 회원들과 주고받은 엽서·간찰 등 관련 문서도 전시한다. 이를 통해 보존회의 설립 목적과 임원 구성, 책판 제작 비용과 모금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송자대전』과 대전에 남아 있던 송자대전판 일부도 함께 전시해 미국에서 환수된 책판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정필구 대전시립박물관장은 “책판은 국외로 반출된 대전 문화유산 가운데 처음으로 환수돼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책판에 담긴 전국 유림의 노력과 대전의 지역사를 함께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대인 기자 홍대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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