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1월 11일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홍대인 | 기사입력 2018-11-07 17:28:42
대전지방보훈청 보상과 주무관 나문엽
11월 11일은 여러 의미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인의 날이고, 중국에서는 이 날을 광군제라고 한다. 광군제는 광군과 명절의 합성어로, 이성친구나 애인 없는 사람을 일러 중국에서는 광군이라 한다.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서 ‘싱글스데이’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11월 11일이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이고,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영령기념일(Remembrance Day)’이다. 해마다 11월이면 여왕은 물론 온 국민이 양귀비꽃 배지를 가슴에 달며 한 달 동안 순국열사들을 추모한다. 배지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가족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날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세계 대전으로 병사 9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봄, 캐나다군 군의관 존 맥크래(John McCrae) 중령이 플랑드르 전선에 투입되었다. 그곳은 연합군과 독일군이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던 서부전선의 최전방이자 최대 격전지였다. 그러나 맥크래 중령이 전선에 투입된 지 한 달 만에 친구이자 부하인 알렉시스 헬머 중위가 전사하고 말았고, 맥크래 중령은 전우를 땅에 묻어야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플랑드르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s)〉라는 시를 썼다.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 피었네

줄줄이 서 있는 십자가들 사이에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는 표식이네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지만

저 아래 총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네

<중략>

만일 그대가 전사한 우리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다면

우리는 편히 잠들지 못하리

여기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이 자란다 해도

존 맥크래가 ‘poppy’라고 썼기 때문에 양귀비꽃으로 번역했지만, 그가 그때 본 것은 양귀비꽃이 아니라 개양귀비꽃이었다. 종전 후에 그가 지은 시는 전쟁의 비극을 담은 대표적인 시가 되어 널리 읽혔고, 양귀비꽃은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쟁의 비극은 멀지 않은 과거에 이 땅에서도 있었다. 이름조차 낯선 이국땅에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유엔군이 6.25전쟁에서 참전하여, 3만7천여 명이 전사했고 10만3천여 명은 부상, 3천950명은 실종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엔군이 이 땅에서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6.25전쟁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유엔참전용사 추모식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의 슬픔을 따라, 매년 11월 11일, 11시에 1분간 부산을 향하여 묵념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인 유엔 기념 공원이 부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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