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세금 부담 증가 등 각종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4년6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1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월(14일 기준) 수도권 집값(아파트, 다세대·단독)은 지난해 12월(10일 기준) 대비 0.15%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서울·경기·인천 모두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14년 7월 이후 4월6개월만이다.
감정원은 "입지가 양호하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은 국지적으로 상승하였으나 계절적 비수기와 정부규제, 금리상승 등 하방요인에 따른 매수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도 매수세가 급감하며 전월대비 0.20% 떨어졌다.
강남(-0.85%), 송파(-0.47%), 등 강남4구에서 하락폭이 확대되고 마포(-0.22%)․용산(-0.10%)․동대문구(-0.09%) 등도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하락전환하는 등 광진구(0.03%)를 제외한 전역에서 하락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특히 재건축, 대규모 단지 위주로 매물이 누적되면서 아파트가 0.41% 급락했다.
반면 단독주택은 0.35% 상승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립주택은 0.08% 내렸다.
경기지역 집값도 지난달 0.13% 떨어지며 지난 2016년 3월 이후 2년 10개월만에 상승을 마감했다.
구리시(0.38%)와 수원시(0.05%)는 교통, 정비사업 등 호재로 상승세는 이어가나 상승폭 축소되었고, 그 외 광명시(-1.01%), 하남시(-0.58%) 등 대다수 지역이 입주물량 및 급매물 증가로 하락세를 보였다. 인천(-0.04%)도 노후다지 위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도권 집값 평균은 4억2862만원으로 집계돼 4억원을 넘겼다.
서울 집값도 6억4829억원을 기록해 전년말 5억9167만원에서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 평균은 8억1013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8억원 수준을 돌파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앞에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0일 발표한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수도권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월평균 기준 0.17%로 전분기(0.1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전국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15% 하락했고, 지방도 하락폭이 확대(-0.08→-0.15%)되는 분위기다.대전(0.25%), 광(0.18%) 등 일부 지역은 개발호재나 정비사업 진행 등으로 상승했으나, 대다수 지역이 계절적 비수기와 기반산업 침체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 및 신규 입주물량 증가로 수급불균형 지속되며 전체적으로 하락폭 확대됐다.
한편 전셋값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전셋값은 수요 대비 공급 증가로 전월 대비 0.32% 하락했다. 서울 등록임대주택은 지난해 14만3112채가 증가한 반면, 서울 인구는 지난해 9만1803명이 감소했다.
또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전년 약 2만7000호 대비 3만4000호로 증가했고 올해도 약 4만3000호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자치구별로는 하남 미사지구 입주물량 증가로 강동구(-1.13%)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서초(-0.93%), 강남(-0.82%), 송파구(-0.69%) 등 강남4구 지역을 중심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마포(-0.36%), 서대문(-0.29%), 성동(-0.26%), 은평구(-0.14%) 등도 낙폭이 크다. 노원구(0.02%)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0.28%), 인천(-0.16%) 등도 지난해부터 누적된 입주물량 영향으로 모두 하락하며 전체적으로 지난달 대비 하락폭 확대됐다.
지방도 세종(0.87%)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울산(-0.74%), 충북(-0.39%), 경남(-0.37%) 등 대부분 지역이 신규 입주물량 증가 및 산업경기 침체로 하락세 지속됐다.지난달 전국 전셋값은 0.22% 떨어지며 전월대비 낙폭이 커졌다.
지난해 여름 상승분 반납
-0.37%..경기권 하락률 1위
10월말 이후 14주 연속 하락
백현·이매동 최고 1억원 '뚝'
지난달 거래량 55건 그쳐
작년 1월 보다 95% 급감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거래가 얼어붙고 일부 단지 매매가격은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 대비 1억원 떨어졌다.
14주 연속 하락세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분당구 아파트값(28일 기준)은 전주 대비 0.37% 하락했다. 경기권에서 가장 큰 내림폭이다. 하락세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시행 한 달 뒤인 10월 5주째부터 이어졌다. 14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 한 해 동안 12.73%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단지도 작년 여름 집값 상승분을 속속 반납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백현동, 이매동 일대는 최고 1억원 낮은 가격에 실거래됐다. 백현동 ‘판교알파리움2단지’(전용 129㎡)는 1월 16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0월 찍은 최고가(17억6000만원)보다 1억원 낮아졌다. 지난해 8월 7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매동 ‘아름4단지 두산삼호’(전용 84㎡)는 지난해 12월 7억13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백현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 10월을 기점으로 매수 문의 전화가 1주일에 서너 건밖에 안 올 정도로 부동산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 집값을 견인하던 서현동·정자동·수내동 등도 마찬가지다. 수내동 ‘푸른벽산’ 전용 131㎡는 지난해 10월 최고가(11억2000만원)를 찍은 뒤 올 1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9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 단지 전용 84㎡는 8억1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9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된 정자동 ‘아이파크분당2단지’(전용 84㎡)는 12월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 클럽’ 자리를 내줬다.
리모델링 시범사업지로 선정돼 기대를 모은 단지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 전용 58㎡는 9월 최고가(5억9900만원)를 찍은 뒤 12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는 9월 이후 거래가 끊겼다. 이 단지 전용 66㎡는 8월 기록한 최고가(9억원)보다 7000만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다. 정자동 J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최근 거래가보다 수천만원을 더 받으려 하고 매수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사려 하다 보니 거래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 95% 급감 “한파 당분간 계속”
거래도 꽁꽁 얼어붙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당구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31일 현재 55건에 그쳤다. 전년 동월(1092건)과 비교하면 5% 수준이다. 주택거래 신고일이 계약 후 60일 이내라는 점을 감안해도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8월 1536건 이뤄진 뒤 9월(426건)부터 감소세를 띠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수자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급감하고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13 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줄면서 분당 아파트값이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9·13 대책 이후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팀장은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이어서 집값 조정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세가 컸던 지역은 하락세도 가파를 수밖에 없다”며 “분당은 최근 3년간 집값이 꾸준히 오른 데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당분간 집값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집값 하락 선봉장은 ‘재건축’
재건축 6주 연속 하락
일반 아파트 가격은 거의 제자리
최근 서울 집값의 조정국면은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일 기준 서울 지역 전체 아파트값은 일주일 동안 0.03% 하락한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0.13% 하락해 변동폭이 컸다. 일반아파트가 고작 0.01% 하락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에 비해 하락폭이 크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 11월 첫째주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뒤 6주 연속 하락 중이다. 하락률을 보면 11월2일 0.13%, 11월7일 0.1%, 11월16일 0.08%, 23일 0.18%, 30일 0.08%였다. 재건축 아파트는 현정부 들어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와 올해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하락세를 보인 적이 있었는데, 현 하락 추세는 8.2 대책 이후 보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4월 이후보다는 하락폭이 크다.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가 0.43%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강동구는 0.32%, 강남구는 0.09% 하락했다. 서초구는 0.00%로 4주째 변동이 없었다.
재건축 아파트가 이처럼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잇따른 규제로 투자 목적의 부동산 수요가 뚝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역으로 생각하면 내집마련 목적의 실수요는 여전히 살아있어 일반 아파트 가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3.16% 상승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 2015년 이후 3년 만에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수도권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서울 인접 지역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거리가 있는 지역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 17일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가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시세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값은 평균 3.66% 상승했다. 전국 상승폭을 웃도는 이 같은 상승세는 서울과 맞닿은 도시들의 집값이 서울과 연동해 폭등했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16.23%로 가장 많이 올랐고 광명시(14.89%) 안양시(8.46%) 하남시(8.38%) 과천시(7.82%) 순으로 모두 서울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반면 서울과 거리가 가장 먼 평택시는 미군부대 이전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아파트값이 7.25% 떨어졌다. 오산시(-3.91%) 안산시(-3.32%) 안성시(-2.38%) 시흥시(-1.41%) 이천시(-0.94%) 등 서울과 거리가 비교적 먼 곳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었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 규제와 각종 금융 부담이 가중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거주 주택을 마련할 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면서 직장, 학군 등 서울에 생활권을 둔 수요자들이 서울 접근성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승폭이 큰 도시들은 대체로 신도시 및 주거 밀집지역을 포괄해 공급이 충분했음에도 이를 충분히 소화해낼 정도의 수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외곽으로 밀려나는 수요자들이 인접 도시를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어 경기도 내 집값 편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마수걸이 분양에 나서는 경기 지역 아파트 및 오피스텔 주요 단지도 이들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는 분위기였다.
타임뉴스=서승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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