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운데 정부 곳간만 넘쳐 지난해 초과세수 ‘사상 최대’ 25조4천억...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2-09 01:21:35

지난해 초과세수 ‘사상 최대’ 25조4천억…불황에 긴축재정 편 셈

2018년 세입·세출 실적 확정

-3년째 세수 예측 실패…세계잉여금 13조2천억원 흑자

-법인세·소득세 합쳐 19.5조원 더 걷혀…3년 연속 초과세수

-정밀한 세수전망 실패 지적도

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첫줄 오른쪽)이 8일 서울시 중구 퇴계로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2018회계연도 총세입·세출 마감’ 행사에 참석해 김상규 감사원 감사위원과 함께 총세입·세출부 마감버튼을 클릭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타임뉴스=서승만기자] 지난해 초과세수가 사상 최대인 25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나라 살림(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규모보다 많은 세금이 걷히는 초과세수가 3년째 이어지면서, 경기둔화 국면에서 국가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8일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지난해 정부의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93조6천억원으로 예산(268조1천억원)보다 25조4천억원 더 걷혔다. 

이는 2017년(14조3천원)의 1.8배 수준이다. 초과세수는 2016년부터 3년째 반복됐지만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훨씬 커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 잘못된 세수 예측을 바로잡지 않은 영향이 크다. 

지난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수 전망을 애초보다 9조원가량 올려잡았다. 

그 결과 본예산 대비 23조1천억원이었던 초과세수 규모는 세수·세출 확정 땐 14조3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세계잉여금만 활용한 미니추경(3조9천억원)을 하면서는 세수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세목별로 따져보면 법인세가 예산보다 7조9000억원 더 걷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라 법인의 영업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의 법인 영업이익은 100조6000억원으로 1년 전(67조6000억원)보다 48.9%나 불어났다.

소득세는 11조6000억원이 당초 전망보다 더 걷혔다. 양도소득세가 예산보다 7조7000억원이나 더 들어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다주택자 중과세 시행 전 부동산 거래가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지난해 상용직 근로자가 늘고 명목임금이 오른 데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효과까지 겹치며 근로소득세 2조3000억원이 더 걷혔다.

부가가치세는 수입액이 늘어난 데 따라 2조7000억원이 더 들어왔고, 증권거래세는 2조2000억원이 예상보다 더 걷혔다.

덜 걷힌 세목으로는 교통·에너지·환경세(-1조1000억원), 관세(-6000억원) 등이 있었다.

법인세 7.9조, 소득세 11.6조원 더 들어와

2017년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 영업실적이 좋아지면서 법인세도 예상치(63조원)보다 12.5% 많은 70조9천억원 징수됐다.

이밖에 민간소비와 주식거래대금 증가 속에 부가가치세(2조7천억원)와 증권거래세(2조2천억원)도 더 걷혔다. 반면 휘발유·경유 소비 둔화와 유류세 한시적 인하 등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조1천억원, 관세는 환율 하락 영향으로 6천억원가량 예상보다 덜 걷혔다.

국세수입과 달리 세외수입은 예산보다 11조7억원 적어서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친 총수입은 13조7천억원 초과한 385조원 징수했다. 총지출은 364조5천억원으로 집계돼 총세입에서 총지출, 국채상환액(4조원)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1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이월액(3조3천억원)을 뺀 세계잉여금은 13조2천억원으로 2015년 이후 4년 연속 흑자로 나타났다. 

세계잉여금 가운데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10조7천억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 추경편성 등에 쓰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내국세 부분이 상당히 커서 교부금을 정산하게 되면 초과세수 대부분이 쓰일 것이다. 

연초에 추경을 논의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서 경제 전반적으로는 긴축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원이 정부로 흘러간 만큼 민간의 소비·투자 여력이 줄어들었는데, 정부가 국세수입을 적게 추정한 탓에 경기회복이나 복지지출 등에 쓰일 재정 규모를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초과세수가 20조원이 넘었는데, 늘어난 국세수입을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수 예측에 실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기재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세입 예산안 확정 전에 관련 기관과 함께 운용하는 세수 추계 태스크포스팀(TF)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참가 기관을 확대해 추계의 정확성을 높인다. 

기재부, 국세청, 관세청, 한국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등이 기관별 전망치를 제시하도록 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태스크포스팀에 추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부터 세수 추계 전제, 전년도 세수 추계 오차 원인 분석 결과 및 개선사항 등을 함께 밝히는 등 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조세정책에 관해 조언하고 심의하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내에 세수 추게 분과를 신설해 민간 자문가의 의견도 듣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조세연 등과 협력해 현재 운용 중인 세목별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하고, 외국 사례를 참고해 한국 여건에 적합한 소득세·법인세 미시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수 추계 모형 전문가를 채용하고 기재부나 조세연이 책임감을 갖고 세수 추계를 하도록 관련 업무를 성과 평가와 연계할 방침이다.

사상최대 초과세수 = 사상최대 세수오차

초과세수가 역대 가장 컸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정밀한 세수 전망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특히 작년도 우리 경제 성적표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6년 만에 가장 저조했던 시기였단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 크다. 

결과적으론 경기가 어려운데 세금을 더 걷어 사실상 긴축재정을 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입 전망은 언제든 변수가 있다"며 "또 과거 4년(2012~2015년) 세입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세입예산 편성을) 가져간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세수추계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가 전담하던 세수추계를 기재부·국세청·관세청·조세연구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한 후 세입예산안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땐 전년도 세수추계의 오차원인 분석과 개선사항을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조세정책 자문기구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내 세수추계 분과를 신설해 민간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로 했다.

세수추계 모형도 바꾸기로 했다. 

현재는 거시지표 모형만 쓰는데, 여기에 국세청의 개인별 소득·과표·공제액 등 세부자료로 만든 미시지표 모형을 개발해 함께 쓰기로 했다. 이 같은 방식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쓰인다.

정부는 마감 실적을 기초로 국가 결산 보고서를 작성하고 감사원 결산검사 후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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