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사익편취로 35조 불려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3-06 22:31:18

[타임뉴스=서승만 기자]경제개혁연구소의 조사결과, 이 같은 사익편취 수법으로 재벌총수 일가 95명이 불린 자산은 35조 원대로 나타났다.

재벌 기업 총수들의 재산 불리기,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을까?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팔고,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 등으로 35조 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1990년대 이건희 회장에게서 61억 원을 증여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그 돈을 투자한 에스원 등이 상장돼 재산이 600억 원대로 불었다.

이 돈으로 삼성에버랜드와 SDS의 '상장 전 주식'을 싸게 인수하고, 계열사들은 에버랜드에 일감을 몰아줘 덩치를 키웠다.

이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상장되자 주가가 뛰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6조 4천억 원대의 재산가가 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SK 등이 보유한 SK C&C 주식을 1994년 주당 400원에 매입했다.

SK와 합병하며 경영권 확보의 바탕이 된 이 주식은 현재 28만 원 선,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주당 560만 원에 이른다.

사실상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먼저 사들여 일군 차액은 5조 600억 원대다.

서정진 회장은 재벌가의 상속이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익편취 양상과 달리 창업주의 위치에서 사익을 편취(4조5천억원)한 사례로 분석됐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214320],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부의 증식을 이뤘으나 최근 업종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 영향으로 편취액이 3조1천억원 규모로 지난 보고서 때(3조6천억원)보다는 줄었다.

연구소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상법을 통해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 조항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소는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며 "셀트리온의 매출 대부분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거쳐 판매되기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분 가치 증가는 회사기회 유용에 의한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조사결과, 이 같은 사익편취 수법으로 재벌총수 일가 95명이 불린 자산은 35조 원대로 나타났다.

1조 원 이상 자산을 불린 재벌총수 일가는 9명이었다.

회사의 이익 대신 재벌총수의 이익을 챙기고 계열사 내부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을 썼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땅 짚고 헤엄치기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단지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에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받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재벌일가와 주주들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주주들의 다수결 동의를 받아 안건을 처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