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국내기업들 왜?... 해외 엑소더스 많아질까?
서승만 기자 smseo67@naver.com
기사입력 : 2019-04-27 23:55:37
기업을 적폐로 몰아붙이는 분위기에선 국내 투자위축과 해외 투자를 늘리는 요인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국내경제와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심각성은 더해가는 마당에해외 투자는 55조 증가는 현상황 엄중히 봐야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은 혁신적 포용국가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지난해 9% 늘어 사상 최고… 중소기업도 첫 10조원 돌파
국내 설비투자는 큰 폭 줄어… 1분기 -10%, 21년만에 최악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국내 투자는 줄이면서 해외 투자는 늘리는 '엑소더스(exodus·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478억달러(약 55조5000억원)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작년의 438억달러보다 9.1% 늘어났다.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인 -10.8%에 머물렀다. 기록적인 설비투자 감소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저인 -0.3%로 내려앉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설비 투자 증가율이 외환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언론들의 보도도 잇달아 나오고 있는상황이다.

지난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FDI)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직접투자는 국내기업과 개인이 외국에서 직접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세우려고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 등에 쓰는 돈을 말한다.

한국은행 총재도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100억달러(약 11조6000억원)로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재작년의 76억달러보다 31.5% 폭증한 것이다.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4.4%가 늘어 역대 최고인 378억달러(약 4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이 급증하면서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순투자 금액은 2196억달러(약 25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기업 투자 부진"이라고 지목했다. "대외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외 탓을 한 청와대와 다른 해석을 한 것이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야 성장 흐름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대탈출)는 최근 들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었다.
LG전자가 연간 500만대 규모의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겨간다고 발표했고 SK그룹도 지난해 베트남에 5000억원대 투자를 한 데 이어 올해도 1조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인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올라에 3억달러(약 34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을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도 옮겨가면서 산업 생태계 자체가 한국을 떠나가는 연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과잉 규제 때문에 신사업 투자 기회를 못 찾아서,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감축 등 급격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은 붕괴되고…일자리는 타격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가 저조하다는 것은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국가산업단지 공장 가동률은 올 들어 70%대, 서울 지역 산단 공장 가동률은 60%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 같은 달보다 25만명 늘어나는 동안 제조업 취업자는 10만8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12월 이후 넉 달 연속 10만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설비투자를 꺼리는 건 아니다. 기업 정보 업체 재벌닷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이 가진 현금은 250조원에 육박(248조3830억원)한다. 2017년보다 12.2% 늘어난 사상 최대다. 하지만 국내 투자보다 해외로 향하는 기업이 많다.

중소기업 해외 투자는 특히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3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중소기업계는 글로벌 가격 경쟁력 유지, 대기업과의 동반 이전, 국내 시장의 위축 등을 이유로 꼽는다.

최저임금 급등과 주당 52시간 근로제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도권의 자동차 부품 업체 A사 대표는 "공정 자동화로 10년은 더 국내 공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크게 올라 해외 이전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는가?... "산업 정책판 새로 짜야"
전문가들은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운송·기계장비 등 제조 산업을 다시 일으킬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의 한 금통위원은 "미국·독일·일본 등 강대국들이 제조업을 홀대하지 않는 건 한번 무너지면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세금 문제다. 작년 대기업들의 세전(稅前) 이익은 3%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법인세로 낸 돈은 18.8% 증가했다. 정부는 작년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해당 구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35%→21%), 프랑스(33.3%→25% 계획), 일본(30%→23.2%) 등 주요국은 최근 거꾸로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노조와 정치권으로부터 '악인' 취급을 당하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최근 베트남 방문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니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생산기지 ‘엑소더스’ 막을 수 없는 이유
비용 증대 등 국내생산 운영 부담 많아지고 해외 생산 장점은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생산라인 베트남 이전, 현대차 인니에 완성차공장 추진, 한화 베트남 엔진부품 공장 건립 등 해외이전 본격화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LG전자의 휴대폰 국내생산 중단과 관련해서 기업들의 ‘국내 공장 엑소더스’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갈수록 국내 공장 운영에 따른 리스크는 커지는 반면, 해외 공장 운영의 이득이 많아지고 있어 불가피한 흐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경기도 평택공장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기존 평택에 있던 생산인력은 창원 생활가전 공장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침체된 시장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16분기 동안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특수한 상황이다. 허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유독 LG전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완성차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고 한화그룹도 베트남에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짓는 등 현지 공략에 적극적이다.

이유를 압축해보면 우선 국내 경영여건 자체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 도입, 인건비 상승 등 새로운 환경변화도 있지만 특히 노조와 계속해서 충돌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탈국내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자동차 생산 시장은 고비용·저생산·저효율·저수익이라는 ‘1고3저’ 현상이 보편화 돼 있다”며 “이런 가운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노사분규도 끊이지 않아 결국 동남아로 공장을 짓는 행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 가지는 이와 반대로 해외에선 한국기업 생산 공장을 유치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정치인들은 이로 인해 몸값을 올릴 수 있다.

해외에선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절세혜택 등을 제공하겠다며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상대적으로 인건비도 덜 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또한 이미 글로벌화 된 한국 대기업들에게 국내 시장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제조 대기업들은 이미 해외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 인건비를 낮춰 직접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 IT기업 연구원은 “현지 생산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해당 국가 정부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이 이 같은 이유들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게 되면 결국 국내 고용감소는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나 마냥 고용창출을 위해 억지로 해외진출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기업들의 해외생산 비중 늘리기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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