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은 평생 건물주 책임'? ...대법원 파격 판결 어떻게 나왔나
권리금 문제를 사회 문제로 부각했던 2009년 1월 용산 참사
서승만 | 기사입력 2019-05-26 20:09:22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대법원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네 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에서 승패가 다시 갈릴 수도 있는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임대인의 재건축사유가 필요한것인지의 여부 판가름후 선고결과는 또 달라질 수도 있지만 아뭏든 대법원 최종판결은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권리금 보호 기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이 사례에서 5년이 적용된 것은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

1심과 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최근 대법원의 권리금 판결 후폭풍이 거세져
지난 16일 대법원은 부동산 업계를 뒤흔들 새로운 원칙을 정립했는데, 요약하면 ‘임대차 기간과 상관없이 건물주가 임차인들간 권리금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으로 건물주가 임차인을 쫓아내려면 적어도 그가 손해본 권리금은 돈으로 보상해줘야 합니다.

네티즌들의 관련반응은 “건물주는 구경도 못해본 권리금을 보상하게 생겼다”부터 “이제 건물주가 을, 임차인이 갑이다” 등 비판이 대다수입니다.

한편 “건물 재건축 등 사정이 있으면 어떡하냐”며 “항상 월세를 연체하는 ‘악덕 임차인’도 보호해줘야되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대법원이 획기적인 판결을 내리기까지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하나 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권리금. 보호해야 할 가치일까, 거품에 불과할까?
사건의 발단이 된 임차인 김모씨는 2010년 10월~2015년 10월까지 5년 동안 공모씨의 건물에서 횟집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동안 2차례 계약을 연장했지만 5년 이후에는 건물주가 건물을 비워달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법에서 건물주가 임차인을 마음대로 쫓아내지 못하도록 ‘계약 갱신 요구권’을 5년까지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었습니다.

김씨는 계약 만료 직전 다른 사람에게 권리금 1억 4500만원을 받고 음식점을 넘기기로 했습니다. 그는 새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서까지 써놓은 상태였는데, 건물주 공씨가 뜻밖의 통보를 합니다.

건물이 25년이나 됐으니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새 임차인이 들어오는 걸 거절한다는 겁니다. 억대의 권리금이 물거품이 될 상황입니다.

2015년 '합법'된 권리금, 근데 기한은 언제까지?
마침 그 해에 부동산 업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불어옵니다. 기존까지 불법이었던 권리금이 ‘합법’으로 바뀐 겁니다.

상가임대차법에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추가됩니다.

건물주가 계약을 연장 안해주는 것도 일종의 방해로 치기 때문에, 김씨도 이 규정에 기대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한을 명확히 안 정해 놓은 겁니다. 아까 법에서 딱 ‘5년(지난해부터 10년)’까지만 건물주가 의무적으로 계약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한 걸 기억하시나요.

그럼 권리금 보호 책임 역시 5년 또는 10년까지만 져야 하는 걸까요?

만일 그렇게 되다면 많은 자영업자들은 억울해 할 겁니다. 3,4년 영업하고 재빨리 이사하는 업주들은 권리금을 회수하고 나가는데 오히려 한 자리서 오랫동안 상권을 조성해놓은 ‘토박이’들은 권리금을 못 받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건물주가 평생 권리금 보호 책임을 진다면 어떨까요. 계약 갱신 요구권에 대해 5년, 10년 기한을 정해놓은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발이 나올만 합니다.

일선 법원도 큰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판사들마다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의 적용 기한을 각자 다르게 해석해서, 오늘은 건물주가 승소했는데 내일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김씨 사건은 이런 시점에서 대법원 판단의 첫 시험대가 됐습니다.

앞서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권리금 보호 기간을 김씨의 ‘계약 갱신 요구권이 소멸된 5년까지’로 해석했습니다.

그 뒤에도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면 “건물주의 재산 사용ㆍ수익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그 결과 계약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내걸게 돼 임차인만 불안정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계약 갱신 요구권 기한을 5년 또는 10년으로 정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2항의 취지를 무시해버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며 반대로 해석했습니다.

한 가게의 신용ㆍ거래처ㆍ고객 등 ‘권리금’으로 대변되는 무형의 가치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법인데, 이를 5년ㆍ10년 기준으로 딱 잘라 없애버릴 수 없다는 거죠.

상권이 망해버리는 등 권리금의 가치가 소멸되지 않는 이상은 건물주가 이를 기한 없이 보장해줘야 한다고 못박은 겁니다.

건물주가 그다지 손해를 입는 것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법에서는 재건축이 정말 시급할 때나, 임차인이 월세를 3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불량한 태도를 보이면 언제든지 계약 연장을 거부하도록 ‘예외’를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영업을 보장하려는 ‘계약갱신 요구권’과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무형의 가치를 보호하는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은 그 목적이 달라 서로 충돌되는 제도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선고 전 ‘권리금 제도’를 본질적으로 보호하는 게 맞는지 고심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권리금 평균이 서울 기준 3280만원이었는데, 지나치게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다만 권리금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제도는 아닙니다. 영국은 ‘영업권(goodwill)’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고 있고, 미국과 프랑스도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그 가치를 인정하되, 현재 60%대에 불과한 권리금 회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것으로 권리금 논쟁이 종결된 건 아닙니다. 권리금을 대법원 판단대로 사실상 ‘평생’ 보장해주는 게 맞는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뜨겁습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건물 무너지기 전까지는 건물주가 자기 건물 임차인도 마음대로 못 고르는 셈인데, 헌법상 재산권 침해로 위헌 소송이 잇따를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공씨를 대리한 신용석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상가임대차법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에 대해 최초로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영국판 권리금인 'goodwill'제도가 더욱 확대되어온 사례를 참조했다고 한다.

김씨 사건엔 다른 쟁점도 남아
1심과 2심은 단지 5년 기한 문제만 가지고 건물주 손을 들어준 게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건물주에게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몇 가지 예외 사유가 존재하는데, 1ㆍ2심은 김씨가 그 사례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가 주선한 새 임차인이 제대로 가게를 운영할 능력이 되는지 아무 정보를 건물주에게 넘기지 않았고, 월세도 몇 차례 연체했으며, 심지어 김씨가 옆 건물에서 다시 가게를 열었다는 숨겨진 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씨 주장대로 정말 급박한 재건축 필요성이 있는지도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점들에 대해선 결론짓지 않았기 때문에, 네 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에서 승패가 다시 갈릴 수도 있습니다.

복잡한 권리금 제도.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서로가 손해보지 않는 신의 한 수가 나올것입니다.
권리금은 세입자끼리 오가는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임대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권리금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임대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입자가 영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가면 임대인은 월세를 못 받는 '공실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세입자의 경우는 권리금 회수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장사하고, 나갈 때는 어떻게든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게 됩니다.

건물주는 부동산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권리금인데 임대인에게도 상당히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권리금을 두고 윈-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 또다른 갈등의 양상을 만들어 냅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인데 건물주 입장에서 초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세입자와 건물주가 분쟁을 겪은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세입자 교체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내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 반면 권리금을 최대한 많이 받고 나가려는 세입자의 이익은 부딪치게 됩니다.

2009년의 용산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은 재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양쪽의 갈등이 비극적으로 마무리 된 경우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관행이던 이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국회는 2015년 법을 만들고 이 해 5월 권리금 조항이 만들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해 법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제 권리금은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가 된것입니다.

권리금 문제를 사회 문제로 부각했던 2009년 1월 용산 참사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 10조의 4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서는 안 되고,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권리금 분쟁
그런데 이 법 규정만으로 분쟁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분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게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 얘기입니다. 법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건물주(임대인)가 언제까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 줘야 할지도 혼란이 많았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5년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돼 지금은 10년입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장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래서 설은 갈립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이 임대차 보호 기간 안에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5년(혹은 10년)을 넘긴 상황에서도 당연히 권리금 회수를 건물주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에 충실한 견해입니다.

반면 전체 법 취지상 당연히 5년(혹은 10년) 내에서만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한 제한을 안 둘 때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세입자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더 많았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하급심 판결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다행히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 나온겁니다.

대법원 "5년 지나도 권리금 보호"
그러나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궁중족발 사건은 어땠나?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해 이를 적용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명확지 않았던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법 해석을 통해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론과는 별개로 법을 만들 때 과연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오래 사회적 진통 끝에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고 관련 판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선도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망치 폭행으로 이어져 충격을 준 지난해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사건도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후임 세입자에게 요구한 임대료가 "예전 주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임대료 요구인지"에 대해 아직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는 나오지만, 과연 어느 정도가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인지에 대해 그저 법원의 판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권리금이 진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습니다.

비싼 권리금 때문에 장사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험이나 기술 없이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다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영업은 예전만 못합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점 주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많지 않던 시절 생긴 권리금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가 모호한 법 규정만 만들어 놓고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쏟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런 게 바로 국회나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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