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일본 경제보복에 반사익?… 화색 도는 국내 반도체 소재업체
서승만 기자 smseo67@naver.com
기사입력 : 2019-07-03 05:54:16
전면적 수출금지 아닌데다 자국기업도 공급부족 시달려 사실상 규제 장기화 어려워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일본이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다.

한국 반도체 대형주 영향 제한적.. 오히려 소재 국산화 속도낼듯 일단 큰 악재는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필수소재라 긴장하지 않을 순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일본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오히려 공급부족으로 인해 국내 소재 공급업체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등 생산 차질 가능성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규제강화가 한국 반도체 대형주 투자심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김현수·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닌 데다 일본도 반도체 선단공정용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이외에 수요처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현우·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정부가 실제로 이들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한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통상 규정의 자의적 해석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김동원·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D램과 낸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대해 사실상 독과점적 공급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생산 차질은 향후 부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일본,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세트업체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특히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전개할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양재·문정윤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최악의 경우 국내 제조사들의 단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수급은 공급과잉 국면으로, 이번 이슈는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재업체 '수혜' 기대

국내 반도체 소재업체는 외려 수혜가 예상된다. 소재의 국산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국내 소재업체들이 일본에 비해 순도를 낮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완벽한 대체는 당분간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박주선 연구원은 "국내에서 일본 제품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는 업체는 동진쎄미켐(포토 레지스트),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원익머티리얼즈,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이다. 국내 업체가 순도가 낮은 제품을 주로 만들고, 일본업체와 합작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대체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 기업의 위협을 현실로 느끼고, 국내 업체의 체력을 높여 줄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들 업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원·이창민 연구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은 내년부터 반도체, OLED 및 전기차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 소재의 일부를 국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IT 핵심소재 개발과 상업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10개 미만으로 추정돼 향후 이들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업체로는 SK머티리얼즈, 한솔케미칼, SKC코오롱PI, 솔브레인, 후성, 동진쎄미켐 등을 들었다.

일본이 이런 몰상식한 무역 몽니를 부리는 것은 과거사 문제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이 작년 10월 30일 일본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과 국제법을 한국 정부가 위반하고 있다며 계속 반발해온 끝에 결국 외교 문제를 통상 보복으로 비화한 것이다.

지난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미중 두 정상은 추가 관세부과 등을 중지하고,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미 미중 무역분쟁은 미·중 국가 간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로 치달았고, 외교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쉽게 무역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여전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100% 해소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만으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휘청이고 있는데, 이젠 한일 무역분쟁까지 발발할 참이어서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3대 강국에서 끼어 경제적으로 '넛 크래커' 양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3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당초 목표치인 2.6~2.7%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미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2분기도 예년에 비해 좋지 못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출이다.

수출이 계속 꺾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외교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지 몰라도, 한반도 경제 외교에선 낙제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지리적으로 열강들의 정중앙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항상 열강들과의 외교적 줄타기에 명운이 걸린 게 사실이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 만큼이나 이젠 우리나라 경제위기 문제도 시급하다. 문 대통령이 이젠 경제에서도 놀라운 외교 수완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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