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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대처방안 논의
우장기 기자 news@timenews.co.kr
기사입력 : 2019-07-11 06:08:52
정부의 특별한 대책없이 '비현실적인 방안강구' 강요

[타임뉴스=우장기 기자] 정치가 경제계를 도와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계에 도움을 청하니 ..."정치에서 멀어지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기업인 만나 "일본 의존형 산업구조 반드시 개선"
일본 정부와 대화 통한 해결 쉽지 않다고 판단한 듯
무역 보복 상시화 가능성 염두 근본적 해법 추진
"부품·소재 국산화 비율 높일 것…기업 협력 당부"

외교적 해결과 산업 구조 개편 '투트랙'으로 대응
국제사회에 日 조치 부당성 전하는 여론전도 착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이날 간담회는 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기업의 고충을 듣고 현실적인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우리 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만드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주력 산업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업이 중심이 돼 달라고 당부하면서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향후에도 일본이 수출 통제를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0대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전례 없는 비상 상황", "엄중한 상황", "비상한 각오", "비상 대응체제"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 기술, 핵심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구조 개선을 위해 예산·재정세제 등 정책적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 만으로는 추진해나가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청와대가 이날 간담회 참석 대상을 30대 그룹으로 정한 것은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대기업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첨단 기술 영역의 경우 우리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술과 자본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 특히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드린다"며 "부품·소재 공동 개발이나 공동 구입을 비롯한 수요 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과 대응 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잦은 '소집'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간담회에 초청받은 한 그룹 관계자는 "청와대의 단기 대책은 기업이 이미 시도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부분"이라며 "수입처 다변화, 원천기술 도입 등이 가능했다면 오래전에 해결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대책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전경련이 연 ‘일본 경제 제재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이날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향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대립각을 세우자 부담감이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5대 그룹 관계자는 "대책 회의를 연 취지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지만, 솔직히 지금같은 상황에선 기업명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정치에서 멀어지고 싶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정경(政經) 분리' 호소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최근 하소연과도 궤를 같이한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서로 약속과 거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치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달라"고 작심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잦은 소집보다는 기업인들이 내부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올라 간담회에 불참했다. 두 총수는 일본 소재산업,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이 잇따라 부르면 기업 총수들은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경영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기업들이 민간 차원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청와대가 외교적으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힘써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5대 그룹 중에서는 정의선 현재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3개 그룹 총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불참했고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대리 참석했다.

이 밖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병원 농협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장형진 영풍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백복인 KT&G 사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몽규 HDC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 30대 그룹 경영자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일본 재계와 탄탄한 대화채널을 구축해온 전경련 배제...불참석

정작 일본재계와 소통이 가능한 '일본통' 전경련은 안불렀다.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정부로부터 또한번 '패싱(배제)' 당한것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국내 대기업 30곳과 경제단체 4곳을 초청하면서 전경련을 제외했다.

일본 재계와 탄탄한 대화채널을 구축해온 전경련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민간 차원의 협력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부 고위직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청와대는 자산 기준 국내 30대 기업 총수 또는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했고,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초청을 받았지만 해외출장으로 불참했다. 반면 경제 5단체 중 하나인 전경련은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전경련 수장인 허창수 회장은 GS그룹 총수 자격으로만 간담회에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가 여전히 전경련 패싱 방침을 거두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전경련을 적폐로 지목,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배제시켰다. 지난 3월 허 회장의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 만찬 초청 계기로 패싱이 해소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곧 이어 "전경련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다른 경제단체들은 물론, 많은 기업인들은 대일(對日) 민간 외교에서 전경련의 역할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은 1982년 일본의 전경련인 '게이단렌'과 '한일 재계회의'를 설립해 이어오고 있다. 일본 재계가 수출 규제 이후에도 한국 경제계와 교류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창구도 한국 전경련과의 정기 회의다.

전경련은 양국의 외교 마찰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경제적 파장을 경고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지난 4월 연 긴급좌담회에서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부품·소재·장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한번도 (대일본) 무역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며 "양국간 마찰로 한국으로 올 투자가 중국과 대만으로 향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나 기업들 중에서도 전경련만큼의 대일 대화 채널을 갖고 있는 곳은 드물다"며 "갈등 완화를 위해서는 적폐 낙인을 거두고 전경련이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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