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공포...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강남 큰손' 두달새 25억원어치 매입…활기찬 종로 금거리
이승근 | 기사입력 2019-08-23 22:56:07

[타임뉴스=이 승근 기자]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거리의 한 금은방에는 금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진열대에는 금으로 만든 팔찌와 반지, 목걸이 등이 있었고 작은 크기의 골드바도 놓여 있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금 시세를 먼저 물었다. 가격은 거의 실시간으로 바뀌어 1돈에 1000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손님과 덜 주려는 직원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인근 한국금거래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금값을 묻는 전화가 많이 와 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한 거래소 직원은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금값을 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의전화가 많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공포영향으로 지난 6월 초 온스(oz·약 31.1g)당 1300달러(약 157만원) 수준이었던 금값은 현재 1500달러 안팎으로 약 15% 올랐다. 

강남 큰손, 25억원어치 골드바 구매

최근 ‘강남 큰손’이 수십억원어치의 금을 한번에 구매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종로의 한 귀금속 상가 관계자는 "지난 6월과 7월 두번에 걸쳐 골드바를 사기 시작한 손님이 있다"며 "총 50㎏의 골드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세로 50㎏ 골드바의 가격은 약 25억5000만원이다. 이날 현재 판매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50㎏ 골드바 가격은 약 28억원으로,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약 10% 오른 것이다. 김창모 한국금거래소 사장도 "6월쯤 30㎏가량 금을 사간 손님이 있다"고 했다. 

금값이 오르니 갖고 있던 금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한다. 이날 금을 팔러온 화물차기사 이모(38)씨는 "지난 6월에 여윳돈이 생겨 안정적인 자산인 금을 사뒀다"며 "2개월만에 금값이 많이 올라 오늘 팔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강모(34)씨도 "아이들 돌반지와 아내의 결혼 패물을 들고나왔다"며 "주기적으로 금값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접하고 팔러 나왔다"고 했다. 

금과 함께 은(銀)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김수호 한국금거래소 매니저는 "현재 금값이 많이 올라 은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에서는 지난 21~22일 이틀간 한 손님이 300㎏가량의 실버바를 사기도 했다. 시세로 약 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보관 어렵고 부가가치세 10% 별도로 부담 

금과 은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현물로 사면 보관이 불편한 게 단점이다. 크기가 작은 골드바나 실버바는 금고에 따로 보관하지 않는 이상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도 큰 편이다. 이날 종로 금은방에 금을 팔러온 조정애(73)씨는 "가격이 많이 올라서 파는 이유가 가장 크지만, 적은 양의 금을 항상 지니고 다니면 분실할 수 있어 판매하게 됐다"고 했다.

일반 상품의 가격에는 부가가치세(부가세)가 포함돼 있지만, 현물로 금이나 은을 살 때는 10%의 부가세를 따로 내야한다. 예를 들어 6000만원짜리 골드바 1㎏을 사면 600만원을 내야 해 실제 금액은 6600만원이다. 이 때문에 금값이 올랐다고 짧은 기간에 시세 차익을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판매기관에 따라 판매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보통 판매기관이 매매한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지는데, 백화점이나 홈쇼핑의 경우 상대적으로 판매 수수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 현물 투자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이 아니라 자산 배분 차원으로 접근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금 가격이 6년래 최고치로 치솟으며 대표 안전자산의 존재감을 확실

지난해 말~올해 초 금 투자에 나섰다면 수익률 실현 시기에 관심이 모아질 때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제 금시세 상단은 더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오르면서, 원화 기반의 금 투자는 가격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라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는 KRX 금시세는 5만9000원선이다. 이달 사상 처음으로 6만원을 넘기면서, 2014년 시장 개설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날 마감한 뉴욕상업거래소(NYMEX) 12월물 금은 1500.40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17% 넘게 급등한 가격이다.

국내 금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평균 2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주식형(-7.3%), 국내채권형(2.6%)에 월등히 앞서고,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 국내대체펀드(6.1%)나 해외주식형(14.9%)에 비해서도 돋보이는 성과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한국투자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 '삼성KODEX 골드선물(H)'도 올해 30%, 15%씩 올랐다.  

금값이 온스당 1200~1300달러선의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 이처럼 고공행진 하는 것은 6년 만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에는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보였다. 이후 조정을 거쳐 지난해까지 횡보한 만큼 가격 상단이 어디인 지는 시장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올들어 금값이 치솟은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가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자재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또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상 올들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선 것도 금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금 가격은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이나 달러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의 1차 목표치였던 15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적인 강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온스당 금값은 1700달러를 돌파할 거란 전망도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대표 안전자산인 동시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라며 "과거에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인 탓에 선진국 국채나 통화 등 다른 안전자산에 비해 후순위였지만, 일본 등 여러 선진국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를 보이면서 2016년부터 안전자산 내 금이 우선순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조정 시 매수'를 권했다. 중장기 가격 목표는 1715달러로 높였다. 황 연구원은 "최근 1511달러를 넘긴 금 가격에서 역대 수준으로 높아진 선물 투자 순매수는 단기 과매수 우려도 있지만,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 속에서 금 가격 강세 전망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금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강해 자산배분 자산으로 선호되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금의 매력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고 안정화를 위해 금 매입량을 늘리고 있어, 전통적 자산운용처인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전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량은 374.1톤으로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제 금 시세의 추가적인 강세 가능성은 열어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원화로 거래되는 금 투자상품의 경우 환율 변동성을 체크해야 한다.

예컨대 KRX 금시세는 국제 금시세와 연동하지만,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더해지며 올들어 상승폭이 더욱 컸다. KRX 금 가격은 연초 이후 30% 올랐는데 이 중 18%가 국제 금값 상승, 나머지는 환율에 따른 효과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배흥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부장은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의 국가에서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해가며 금을 사들이는 정책을 보인다"며 "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글로벌 금값은 더 오를 여지가 있는 상태"라고 짚었다. 배 부장은 이어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선 부담스러운 구간인 만큼 환율이 더 오를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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