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주택 매입, 가계대출 힘들어지자…'법인 설립해 아파트 매입' 급증
이복순 기자 news@timenews.co.kr
기사입력 : 2019-09-17 23:04:37
구입자금 증빙 쉽고, 양도세 등 세금혜택까지...법인 대표 신용도 따라 시세의 '최대 80%' 까지 대출

[타임뉴스=이복순 기자] 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인이 주택을 살 때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고,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법인 특판 대출까지 내놓고 있다. 

개인은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차익에서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법인은 법인의 수익을 주주 개인의 수익으로 가져갈 때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율은 6~42%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 주택을 2채 소유한 김모씨(48)는 최근 부동산 취득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주택을 하나 더 취득하고 싶은데 법인을 설립하면 세금을 아낄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음엔 막막했는데 다른 사람과 정보를 교류하며 어렵지 않게 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큰손 된 '법인'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7월 한 달새 법인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가 1688건에 달했다. 이는 올 1월 법인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561건)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를 법인이 매수한 경우는 7월 한달간 총 169건으로 1월(21건) 대비 약 8배 늘었다. 강남3구라고 불리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법인 거래는 총 39건이었다. 반포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강남 주택을 사고팔 때 법인으로 매입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모두 대출·구입 자금 증빙 문제 때문이었다"고 했다. 

법인으로 주택을 매입하면 개인으로 매입할 때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개인이 투기지역 내 주택을 살 경우 시세의 4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1주택자의 경우 대출이 불가능하지만, 법인은 대표이사의 신용도에 따라 시세의 최대 80%까지 가능하다. 

양도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개인의 양도세 기본세율은 6~42%다. 반면 법인은 주택을 매도할 때 10~25%의 법인세만 내면 된다. 법인이 주택을 팔아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추가과세 10%가 더 붙지만, 기본세율에 10~20%포인트가 더 붙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율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자금 증빙이 쉬워진다는 이점도 있다. 30~40대가 15억~20억원에 육박하는 강남 아파트를 사려면 자금 증빙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법인 대출을 받으면 증빙이 쉽다. 다만 법인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없다. 개인은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차익에서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또 법인의 수익을 주주 개인의 수익으로 가져갈 때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합소득세율은 6~42%다. 

저축은행·상호금융권, 특판 대출 출시

법인을 만들어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일부 저축은행과 신협 등에서는 법인을 위한 대출 특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부동산 매매업자나 매매업을 목적으로 한 법인에 나가는 대출금리는 연 4.2~4.8% 수준인데, 특판 대출의 경우 금리가 3.6~3.8% 정도로 떨어진다. 통상 특판 대출은 신규 1인 법인만 가능하다. 중도 수수료는 3년에 1.5%, 대출 기간은 최장 10년이다. 지역은 서울, 분당, 과천, 판교 등으로 한정적이다.

법인 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이 많이 취급하지만, 일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다. 원칙적으론 은행업 관리규정에 따라 투기지역의 주택을 사기 위한 기업자금대출은 제한돼 있지만, 실무적으론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기지역 내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은 제한사항이지만 운전자금 명목으로 서류를 꾸며 가져올 경우 은행이 잡아내긴 어렵다"라고 했다.

대출중개인의 설명에 따르면 몇몇 시중은행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신(新) 예대율 규제에 대비해 법인 대출을 하고 있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을 뜻하며 은행은 이 비율을 100% 밑으로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인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 낮추는 ‘신 예대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 대출중개인은 "부동산 취득을 위한 대출이라도 ‘법인 대출’로 잡히기 때문에 법인 대출을 늘려야 하는 은행에서는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법인 대출이 들어오면 일단 반가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일단은 지켜보는 금융당국...제재 하기는 쉽지 않아

금융당국도 최근 법인을 통한 주택 매매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 사업자 대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법인을 통한 부동산 매입을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법인에 대한 대출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려면 대출 신청의 법인의 성격, 실제 법인 운영 상황 등을 일일이 봐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인을 통한 주택 매수 상황을 점검해도 부동산 매매업을 정관에 둔 기업을 전수조사 하긴 어렵다. 그런 법인에 대한 대출 자체를 옥죄는 방향으로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법인에 대한 세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에 대한 법인세 추가과세는 2005년에 30%였다가 2014년부터 10%로 완화됐다"며 "법인을 설립할 때는 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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