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공공임대보다 소득 제한 없는 민간임대 더 늘렸다...소득 있는 사람을 도와주면 진짜 하위 사각지대는 더 커져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공공임대 확대'보다 '주택구매'에 방점
서승만 | 기사입력 2019-11-04 17:37:49

[타임뉴스=서승만 기자] 공공임대주택은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는다. 한 가구를 지을 때마다 사업자의 부채가 얼마씩 증가한다느니, 임대 단지에 억대 외제차가 즐비하다느니 매년 거의 동일한 사안으로 입길에 오른다. 정작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원칙에만 맞춘 행정절차로 퇴거 위기에 놓인 수많은 사례는 다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데 국가재정 투입을 늘려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할 리 만무하다. 임대료가 다소 높아도 제때 잘 낼 수 있는 계층에 정책 지원이 쏠린다. 공공임대 공급과 예산은 계속 늘고 있지만,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저소득층의 몫은 여전히 크게 늘지 않은 게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재정 투입보다 융자 위주 사업

내년 지원 예산의 71%가 융자

11조 융자 때 실질 혜택 2300억

전문가 “통계적 착시·과장 있다”

청년·신혼 집중…저소득층 뒷전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부문 예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통계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사실상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주택도시기금(기금) 출자보다 융자 위주 사업을 크게 늘린 탓이다. 정부 출자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내년 예산안에도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사업은 소폭 증가했다. 반면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공공성이 떨어지는 민간임대는 올해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공공임대 정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공공보다 민간에, 출자보다 융자로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6~2020년 주택 부문 예산안에, 임대주택지원 사업은 2016년 6조5693억원에서 2020년 15조8545억원으로 연평균 24.6% 증가했다. 임대주택지원 사업에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포함한 각종 임대주택 예산이 담겨 있다.

예산안만 보면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 확대에 주력해온 것으로 보여지지만 2020년 임대주택지원 사업 예산 15조8545억원 중 71%인 11조2938억원이 융자 지원이다. 융자는 자금을 빌려주고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고, 재정을 투입하는 출자는 4조5607억원을 조금 넘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임대주택지원 사업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융자사업으로 진행돼 통계적 착시나 과장이 존재한다”며 “공공임대에 국가재정을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재정 소비금액은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액만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조2938억원을 융자 지원했을 때 국민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사실 시장금리보다 2%포인트가량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줘 덜 부담하게 된 2300억원뿐이라는 이야기다.

융자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임대주택지원 예산에서 각각 61.7%, 60.2%였던 융자 비중은 2018년 72.8%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 68.8%로 감소했다가 내년에 다시 70%대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민간임대와 전세임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는 소득 제한 없이 입주할 수 있어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세임대는 집이 아닌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형태로 온전한 의미의 공공임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에만 민간임대에 1조9018억원, 전세임대에 3조8732억원을 융자 지원한다. 올해보다 각각 31%, 33% 증가한 규모다.

공공임대 공급에는 기금이 활용되는데, 공공임대 유형별로 출자와 융자 혹은 출자와 융자가 혼합된 형태로 지원한다. 나머지 사업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도시공사 등 공공임대 사업자와 입주민이 부담한다. 최저 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는 출자가 85%인 데 반해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국민임대는 출자와 융자 비율이 각각 30%, 40%로 정해져 있다. 다가구 매입임대는 출자 30~50%, 융자 50%로 공급한다. 출자는 상환 의무가 없는 국가재정으로, 출자 비중이 높을수록 임대료 부담이 적어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성이 높은 유형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모두 14만8천 호였다.이는 '주거복지로드맵(2017년 11월 수립)'의 2018년도 목표치 13만 호 보다 1만8천 호 많은 수였다.

유형별는 '신규 건설임대주택'이 7만 호, 기존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이 1만 9천 호, 기존주택을 임차하여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이 5만9천 호 공급됐다.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은 청년층에게 2만3천 호, 신혼부부에게 3만 호, 어르신에게 1만4천 호, 기타 저소득층에게 8만1천 호가 공급돼 각 계층별 목표치를 모두 달성했다.한편 국토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는 13만6천 호, 오는 2022년까지 69만5천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연구위원은 “같은 융자라도 2020년 공공임대는 9조1521억원으로 올해보다 4.1% 줄어든 반면 구입·전세자금은 9조6442억원으로 22.9% 늘었다”며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공공임대 확대보다 주택구매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보다 신혼부부에 지원 집중

공공임대 공급에는 기금이 활용되는데, 공공임대 유형별로 출자와 융자 혹은 출자와 융자가 혼합된 형태로 지원한다. 나머지 사업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도시공사 등 공공임대 사업자와 입주민이 부담한다. 최저 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는 출자가 85%인 데 반해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국민임대는 출자와 융자 비율이 각각 30%, 40%로 정해져 있다. 다가구 매입임대는 출자 30~50%, 융자 50%로 공급한다. 출자는 상환 의무가 없는 국가재정으로, 출자 비중이 높을수록 임대료 부담이 적어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성이 높은 유형이다.

문제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의 ‘이슈리포트-2020년 주택도시기금 예산안 분석’을 보면 “2020년 임대주택지원 예산에서 전세임대, 다가구 매입임대, 행복주택 예산을 보더라도 저소득층에게 할당된 예산은 3조463억원인데 그 외 계층에 할당된 예산은 7조6762억원으로 2.5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행복주택은 소득 6분위까지 입주할 수 있는 임대 유형이다. 다가구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입주할 수 있으나 청년·신혼부부 등에게도 공급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층보다 자금 여력이 나은 계층에 할당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임대 유형이라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액이 적었다. 가구당 매입임대 단가는 일부 신혼부부에 3억원까지 책정한 반면 저소득층에는 1억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공급물량도 차이가 났다. 내년에 공급하는 임대와 분양을 포함한 공공주택 총 17만6000가구 중 소득 4분위 이하 계층에 배분되는 물량은 33.2%인 5만8000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공공임대는 열심히 하려는데도 안되는 사람들, 200만가구에 초점을 맞춰 밑바닥에서부터 채워가야 한다”며 “소득 있는 사람을 도와주면 진짜 하위 사각지대는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재정 투입 확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재정 전문가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주택세를 만들어 확실한 재원을 통해 공공임대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기금의 적립금 및 잉여금이 2018년 19조9964억원에서 2020년 22조6451억원으로 늘어난다”며 “이 막대한 재정을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 확대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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