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특별재난지역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한 마을에서 주민 김동환(69) 씨가 자신이 집에서 폭우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천타임뉴스] 안영한기자 = 닷새째 이어지는 수색 당국의 사투에도 경북 예천군 폭우 피해 현장에서 실종자 5명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실종자 5명 모두 삽시간에 쏟아진 폭우와 산사태로 인해 손쓸 겨를 없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천군 일대는 슬픔에 잠겼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애끓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수색 대원이 철수할 때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다.
19일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실종된 60대 여성 윤모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15일 새벽 남편 이모씨와 운명이 갈렸다.
폭우가 쏟아지자 바깥을 살피러 집에서 나간 남편 이씨가 물길에 휩쓸렸는데, 부인 윤씨가 가까스로 남편의 손을 잡고 구조해낸 것이다.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간 뒤 윤씨는 남편 이씨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재차 대피하는 과정에서 산사태에 휩쓸렸다.
윤씨의 남동생은 "형님(남편 이씨)이랑 누나가 같이 대피하다가 누나만 미처 산사태를 피하지 못해 집이랑 같이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벌방리에선 공업용 오일 소분업에 종사하던 60대 김모씨도 실종됐다. 김씨는 패널 집에서 30대 아들과 함께 산사태에 휩쓸렸다.
김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하천을 따라 떠내려가다가 둑에 걸린 비닐을 잡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벌방리 이장 박우락씨는 "아들이 상황이 급박하니깐 자는 아버지를 깨워서 같이 탈출하려고 했는데 집이랑 같이 떠내려갔다.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은풍면 은산리에서 실종된 70대 A씨는 60대 아내 B씨와 함께 급히 차량을 이용해 마을을 빠져나오다 물에 휩쓸렸다.
그의 아내는 전날 실종 추정 지점에서 10여㎞ 떨어진 용문면 제곡리 '한천' 일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들에 따르면 부부는 "차량을 이동하라"는 은풍면의 안내에 따라, 어두운 새벽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폭우로 '유실된 도로'에 빠졌다.
한 가족은 "차량으로 다리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왜 그 밤에 노인들이 다리를 건너냐는 악플이 달렸다. 가족들은 또다시 상처받았다"고 토로했다.
은산리에서는 차를 타고 가다가 물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여성 장모씨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은풍면 금곡2리에 실종된 60대 김모씨는 2년 전 귀농해 컨테이너 집을 짓고 살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60대 아내는 외지에 나가 있던 참이었다.
한편 이날 소방, 경찰, 군 등 당국은 예천에서 실종된 5명을 찾기 위해 이날 인력 3천630명과 장비 1천143대를 투입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비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이다. 실종자는 5명, 부상자는 17명이다.그의 아내는 매일 수색 현장을 지키며 남편이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아내 윤씨는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농사짓고 지냈다. 2년 후에 컨테이너 말고 주택을 지으려고 땅도 다 사놨다"며 "남편이 우리 마누라 고생했다고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었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