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 현장
하와이 마우이 산불 피해 현장 연합뉴스
[단양타임뉴스] 김용환기자 = 하와이 산불 참사 지역에 34세대 규모의 노인주거 단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곳의 노인들 상당수가 희생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있던 노인주거 단지 '할레 마하올루 에오노'의 생존 주민 샌포드 힐(72)은 16일(현지시간) 미 NBC뉴스 인터뷰에서 "이웃 중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힐은 전체 34세대 규모의 단지에 거주하던 주민 중 탈출한 사람은 단 3명만 알고 있으며, 다른 생존자의 소식을 전해 들은 것까지 합쳐도 행방이 확인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 주거단지를 소유한 회사에도 전화를 걸어봤지만, 직원들에게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일 라하이나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대피 경보 등이 없어 자신을 비롯한 주민들이 모두 위험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8일 당일 한나절 동안 집에 머물며 소방관들이 마을 동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그때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건물 관리인은 세입자들에게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돌아다녔지만, 그 이후 화재가 진압됐다는 말이 퍼졌고, 소방관들도 떠났다.
그래서 그는 예정된 치과 진료를 보러 나갔다.
그는 "나는 걱정하지 않았고,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집에 있었고, 아무도 대피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치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을 동쪽에서 검은 연기가 라하이나를 향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봤고, 집 쪽을 향해 차를 몰고 오다가 길에서 급히 걸어서 달아나는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마을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고, 힐은 이 여성을 차에 태우고 마을 밖으로 나와 생존할 수 있었다.
힐은 다음날 대피소에서 지내다 호텔에서 하룻밤 머문 뒤 키헤이에 있는 임시 숙소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집 없이 지내다가 2016년 라하이나의 이 노인 주거단지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월 144달러(약 19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월 914달러(약 122만원)의 사회보장수당으로 집 월세를 해결하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 집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이전까지 화재에 전혀 대비하지 않다가 화재 발생 경보도 발령하지 않은 당국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단지에 살던 다른 노인들의 가족들도 애를 태우고 있다.
98세 할머니를 찾으러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클리퍼드 아비하이는 대피소를 찾아다니고 실종 전단도 붙이고 다녔지만,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할머니가 무사하다는 확인뿐"이라고 말했다.
90세 할머니를 찾는 대니얼 야쿠트 역시 "우리는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찾아볼 수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 주거단지 소유주인 회사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와이 당국이 전날 처음으로 공개한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인 버디 잔톡(79) 역시 이 노인주거 단지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