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전·충남 행정통합 이후, 구청은 ‘작은 시청’이 된다…준비 없는 현장만 흔들린다
홍대인htcpone@naver.com| 기사입력 2026-01-15 16:17:11
[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커질수록, 정작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자치구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통합 뒤 자치구가 시·군급 권한을 넘겨받는 순간, 구청은 더 이상 “민원 창구"가 아니다. 취득세·도시계획·산업 전략을 쥐는 실질적 행정 주체가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자치구는 여전히 현행 체계에 안주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쪽은 통합 이후 가장 먼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돈은 권력이다. 지금 자치구가 갖고 있는 세입은 말 그대로 ‘생활비’ 수준이다. 인건비 충당도 어려운 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통합으로 취득세·자동차세 일부가 구세로 전환되면 구청장은 하루아침에 ‘예산 권한자’가 된다. 아파트 단지 하나 들어설 때 발생하는 수백억대 취득세가 시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구 예산으로 들어온다. 도로 확장·공원 정비·학교 주변 환경개선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은 구청장 결단 한 번이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청 승인만 기다리다 1~2년씩 흘려보내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도시계획 권한 이양은 더 뚜렷한 차이를 만든다. 구청 공무원이 계획을 세우면 시청 도시계획위원회가 ‘승인’을 해주는 구조는 사실상 구청의 손발을 묶어왔다. 통합 후 구청이 고도 제한과 용도지역을 직접 바꿀 수 있다면, 동구 원도심 재개발도, 중구 골목상권 리모델링도 시청 눈치 보느라 멈춰 서는 일은 없다. 도시개발의 속도와 방향을 구청이 통째로 가져오는 셈이다. 이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이지만, 준비 안 된 구에는 ‘책임 폭탄’이 될 위험도 있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모든 산업 전략이 시 단위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구별 특성이 사라진다. 통합 뒤에는 유성구는 대덕특구 중심의 연구 클러스터를 직접 설계하고, 서구는 둔산 금융·행정 중심지 고도화를 자체 추진할 수 있다. 대덕구도 기존 공단을 스마트 제조거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주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전문 인력이 지금 구청에 거의 없다는 점이다. 권한이 넘어오면 바로 시행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재정 격차다. 서구·유성구처럼 자체 세수가 탄탄한 구는 통합 이후 더 강해질 것이고, 동구·중구처럼 취약한 곳은 오히려 더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특별법이 어떤 ‘조정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자치구 간 격차는 완충될 수도, 폭발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다. “통합하면 다 좋아진다"는 정치적 슬로건과 달리, 현장의 시선은 훨씬 현실적이고 냉정하다. 정치적 환경도 날카롭다. 통합 추진 쪽은 속도전을 외치고, 반대 측은 졸속이라고 비판한다. 중요한 건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권한 이양이 실제로 구청행정의 체질을 바꿀지, 아니면 구청에 업무와 책임만 던져놓는 구조적 폭탄이 될지다. 어느 쪽이든 현실을 외면한 채 통합을 진행하면 피해는 그대로 주민에게 돌아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자치구는 능력이 있는가? 아니면 권한만 넘겨받는가?" 통합 뒤 구청장은 사실상 ‘작은 시장’이 된다.그 지위를 감당하려면 비전·전략·재정감각·도시계획 이해도가 필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봐야 할 포인트는 단 하나다.“통합 찬성"이 아니라 “권한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가." 그 대답을 명확히 내놓는 후보가통합 이후의 구청을 이끌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