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타임뉴스=홍대인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1989년 분리 이후 37년 만에 다시 꺼낸 통합특별시 구상은 수도권 일극에 맞선 지역 생존 전략으로 제시된다. 통합의 명분과 기대치는 커졌지만, 산업·거버넌스·균형발전이라는 세 축에서 설계가 허술하면 통합은 성과 대신 갈등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통합 논의의 출발점은 산업·경제다.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 기반을 묶어 초광역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분명한 설득력을 갖는다. 통합 시 인구 약 360만 명, GRDP 190조 원 규모의 경제권이 형성된다는 수치도 제시된다. 이 체급은 외자 유치와 대형 국책사업 확보 과정에서 협상력을 키우는 근거로 작동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산업이 저절로 융합되지는 않는다. 대전 유성 축과 충남 천안·아산 축을 잇는 광역 교통망과 물류·인력 이동 체계가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R&D와 제조의 결합은 선언에 그친다. 통합특별시는 ‘결합’이라는 구호보다 ‘연결’의 시간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 관문은 거버넌스다. 통합의 실질은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에 담길 권한과 재정에서 갈린다.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별도 계정, 과세 특례,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등 실질적 자치권이 확보될 경우 통합은 동력을 얻는다. 반대로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과 권한 이양에 소극적이면 통합은 비용만 늘린다. 정부가 연 최대 5조, 4년 최대 20조 재정 지원을 제시했지만, 이 지원이 전환비용 보전에 머물면 통합특별시는 지속 가능한 재원 없이 출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육자치와의 충돌 가능성, 자치구 권한 축소에 따른 현장 반발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통합특별시는 권한 이양의 범위와 함께 인력·예산 이전의 원칙을 세트로 고정해야 한다. 권한만 넘기고 재정과 조직이 따라오지 않는 통합은 구조적 불안을 키울 뿐이다. 가장 예민한 대목은 균형발전이다. 통합 이후 자원 배분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면 ‘빨대 효과’ 논란은 즉각 확산된다. 과거 창원·마산·진해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주도권 다툼이 지금도 경고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다. 대전 중심 개발이 가속화될 경우 충남 남부권과 내포신도시의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이를 막는 장치는 청사와 공공기관의 기능 분산이다. 통합 청사 소재지와 기능 배치는 상징 경쟁이 아니라 행정의 동선과 예산의 흐름을 결정하는 문제다. 투 포트 체제나 순회 행정 같은 대안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역할 분담과 재정 기준이 빠진 상태에서는 주민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통합특별시는 ‘어디에 두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제도와 문서로 고정해야 한다. 이제 통합 논의는 여론의 검증대로 들어간다. 오는 27일 충남과 대전에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대시민 타운홀미팅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는 찬반을 가르는 이벤트가 아니라 설계의 빈틈을 드러내는 검증의 장이 돼야 한다. 통합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려놓으며, 어떤 권한과 재정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통합 논의는 다시 추상적 구호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규모의 확장보다 설계의 정밀함이 먼저다. 통합특별시가 R&D와 제조의 결합을 현실로 만들려면 연결 인프라의 분명한 시간표가 필요하다. 특별법에는 권한·재정·인력 이전이 함께 담겨야 한다. 본청과 기능 배치, 자원 배분의 기준을 선언이나 정치적 합의에 두지 않고 제도와 예산으로 고정할 때 통합은 구호를 넘어 작동하는 행정으로 전환된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설계를 누가 책임지고 끝까지 완주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지금의 통합 논의 안에 과연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