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순간이면, 119보다 여미경 단장을 더 빨리 찾을 정도로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그의 존재감은 크다. 사실 여미경 단장이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스스럼없이 대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 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장애인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봉사를 하는 날이면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장애인들과 진심으로 정과 마음을 나누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24일 꾸준한 숨은 봉사를 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대전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자원봉사단 여미경 단장을 만났다. 다음은 여미경 봉사단장의 일문일답.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봉사를 하게 된지는 17~20년 정도 됐다. 전형적인 A형이다 보니 성격을 바꾸려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얻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대전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자장면데이’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며,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다면?
비장애인들은 “자장면 한 그릇 먹으려고 누가 거기와”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한다. 자장면 한 그릇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장애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서, 장애인들끼리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고, 정보교환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시작하게 됐다. 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자장면 재료들을 제공해주고, 후원단체를 연결시켜준다. 자원봉사단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음식(자장면)을 만드는 재능봉사를 한다.
재능봉사자들은 오전 9시에 모여서 자장면 반죽부터 시작해 음식을 준비하며, 12시에 자장면이 완성되어 나간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좀 걸리지만, 사실상 먹는 시간은 15분 정도 밖에 안 걸린다. ‘자장면데이’행사를 할 때 보통 30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함께한다. 주방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고정이 되어있고, 서빙 봉사자들은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굿모닝충청에서도 와서 봉사를 하고, 중구청 노래교실 하는 분도 도와준다. 연합회에서도 많이 도와준다. 행사를 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은, 지적장애인들은 표현을 잘 못하는데, 몸짓으로 ‘최고’라며 해맑게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재능봉사자 중에는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봉사를 하러 오기도 하고, 아침에 재료 손질을 다 해주고 자기 영업을 하러 가는 분도 있다. 감사한 분이 많다. ▲장애인 인식개선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장애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연극을 활용하려고 계획중이다. 장애인들이 당사자의 연극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을 해서 비장애인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연극이 좋은 것 같다. 이런 문화공연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가까워지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후원도 필요하다. ▲장애인 봉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인들의 마음을 안 다치게 하면서 봉사를 참여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자기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저 사람이 내 몸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장애인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동무 같은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다가가면 장애인들이 마음의 문을 좀 더 빨리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