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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엄정태, “이웃 사랑은 단거리 마라톤

[부천=김응택기자]영화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아메리카는 다른 영웅에 비해 그다지 강하지도, 똑똑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지닌 탁월한 지도력은 다른 영웅의 일치단결을 이끌어 결국 단결된 힘으로 거대한 악의 무리를 이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신념 덕분에 세상 사람은 그를 ‘캡틴’이라고 부른다.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는 약 3천여 명의 ‘법적인 어려운 이웃’이 있다. 이들은 ‘국민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 ‘의료 급여 수급자’ 등의 명목으로 생계 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틈새가 있다. 각각의 자식이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거나 재산이 있는데 행사할 수 없거나 등의 ‘특별한 사정’으로 생계지원 대상에 등록조차 불가능한 이웃도 많다. 이름 하여 ‘복지 사각지대’이다. 이들과 함께 하는 ‘오정동의 캡틴’이 있다.

‘캡틴 오정구카’ 엄정태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삼일공업사 대표 엄정태. 그에게는 삼일공업사 대표뿐만 아니라 동복지협의체 위원장, 희망21 민간자원봉사센터 고문, 원종종합사회복지관 후원자 등 다양한 직책과 역할이 존재한다. 오정동에 자리를 잡은 20년 동안 꾸준히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엄 위원장. 그가 이웃을 위해 ‘캡틴’이 된 계기는 이렇다.

“안녕하세요. 삼일공업사 대표 엄정태입니다. 현재 동복지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고요. 동복지협의체는 관이나 시에서 서류상으로 도울 수 없는 분들을 모금, 봉사를 통해 돕는 일을 하고 있다."

20년이라는 꾸준한 나눔 활동에 이어 현재는 매 월 250만 원의 거액을 정기 후원하는 엄 위원장. 그러나 나눔 활동을 소개하면서도 “딱히 내세울 일도,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라며 거듭 거듭 자신을 낮춘다.

“저는 영등포에서 사업을 하다가 1995년에 사업체를 부천으로 옮기면서 오정동과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간사를 보며 주변에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자리가 계기를 만든 셈입니다.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덕산초등학교 일부 아이에게 급식비 지원을 했습니다. 의무(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부터는 어려운 가정에 쌀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삶이 나눔’인 엄 위원장. 그 쉬지 않는 나눔의 원동력에는 ‘오정구를 향한 지역사랑’도 있다. “처음 오정구에 이사를 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보니까 오정구야말로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서로가 멀어진 서울과 달리, 오정구는 사람과 사람이 맞대서 살아가는 느낌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오정구는 논이 많아서 그런지 여전히 전원마을 특유의 순수함과 농심이 잘 간직되고 있는 것 같다."

‘캡틴 오정구카’오정동을 지켜라!

엄 위원장은 자신이 봉사하는 사진을 따로 모아두지 않았다. 그나마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제공한 오정동 최종렬 복지팀장은 “나눔 활동을 수도 없이 많이 하신 분인데 티를 내지 않으시려다 보니 사진이 별로 없다"고 전한다. ‘잊어버린 선행이 진짜 선행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현들의 가르침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나눔은 실천하는 자체로 좋은 것이지만 ‘누구’에게 나눔을 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가치가 달라진다. 엄 위원장은 주민, 구청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진정으로 나눔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는데 각별하다.

“저 혼자서 나눔이 필요한 이웃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법적으로 주민들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없으니까요. 일단 주민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사람의 제보를 받아요. 그 다음으로 부천시청 확인을 거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확인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가지고는 그 사람 생활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요.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연탄봉사, 어르신 목욕 등 직접 몸을 쓰는 봉사활동도 꾸준히 주관해온 엄정태 위원장. 이토록 다양한 나눔의 바탕에는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꾸준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 담겼다.

이웃돕기는 마라톤이다.

“최근엔 학교 밖 청소년,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수녀원에서 봉사를 합니다. 그런 친구들은 관계를 맺기가 참 어렵다. ‘당신들도 일시적으로 왔다가 그만 두겠지’하는 적대감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매 달 한 번씩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세대 차이가 있으니 대화가 그리 잘 통하지는 않죠.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접촉을 하고 노력을 하니까 비로소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더라고요. 다른 나눔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이웃은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꾸준한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삶의 활력을 되찾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엽니다. 한마디로 이웃 사랑은 단거리 스퍼트 경기가 아닌 경보나 마라톤입니다."

20년 동안 쉬지 않고 나눔을 실천해온 엄 위원장. 그만큼 보람과 즐거움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이 컸다. 하지만 때로는 아쉬움과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몸으로 직접 나서는 봉사를 할 때는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렵다. 힘을 쓰는 봉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직장인, 학생이 적당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모두 바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모두가 참여하는 시간에 한정해서 봉사 계획을 짜는 것이 참 만만치가 않다."

김응택 기자 김응택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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