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음을 치유해 드려요 ‘찾아가는 건강닥터’
이국만리 맘둘 곳 없는 곳...‘가족 역할 톡톡’
박정도 | 기사입력 2017-02-21 11:51:57

19일 신천지 충주교회에서 열린 '찾아가는 건강닥터'에 참여한 봉사자가 바쁜 손놀림으로 의자에 시트를 씌우고 있다./ 박정도 기자
“바빠요 바빠. 손님들 올 때가 됐어요” 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19일 오전 9시 충주시 성서동 신천지 충주교회에서는 주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건강닥터’ 행사 준비에 다들 분주했다.

건강닥터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 의료혜택의 어려움을 겪는 해외 근로자들에게 의료분야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봉사활동이다.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함께했다. 무엇이 이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에 한 봉사자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작지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즐겁잖아요. 그리고 우리의 작은 도움이 저들 나라에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알리는 계기도 될 것 아니에요?”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행사장에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나자 외국인 근로자들로 테이블이 채워졌다. 늘 알고 있던 사람처럼 악수하고 포옹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외국인들 사이로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외국인들이 보인다. 알고 보니 이들은 앞서 1년 전에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근로자들로 분위기가 낯선 동료들을 위해 안내를 자처한 사람들이었다.

찾아가는 건강닥터에서 방문객을 위한 축하공연이 펼쳐지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기한 듯 휴대폰과 카메라로 공연 모습을 담고 있다./ 박정도 기자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토나(29)씨는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한국에 돈을 벌기위해 왔다”며 “문화와 언어가 달라 생활하기 힘들었는데 봉사단의 도움이 컸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는 일도 힘들지만 마음의 병이 가장 크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들은 업무 마감이 평균 저녁 8시 정도로 일이 끝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 씻은 뒤 식사 후 잠들기 바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육체적 피로 뿐 아니라 타국에서의 쓸쓸함은 그들에게 참기 힘든 고통이다.

토나 씨는 “숙소에 혼자 있으면 마음이 너무 쓸쓸하고 외롭다. 그런데 다문화센터와 건강닥터를 통해 행복하고 좋다. 한국에서의 가족 같다”고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끌시끌한 행사장 한쪽이 분주했다. 봉사자들이 방문객을 위한 공연을 준비한 모양이다.

식전행사로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를 이용한 북 공연과 거문고, 음율과 목소리가 구수한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이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신기함을 준 듯 했다.

관람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핸드폰과 카메라를 손에 들고 그 모습을 담기위해 여념이 없었고 행사 사이사이마다 환호와 박수갈채도 끊이지 않았다.

찾아가는 건강닥터 내과부스에 찾아온 외국인이 평소 아팠던 부위에 손을 얹고 의사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박정도 기자

준비된 공연이 끝나자 화답이라도 한 듯 외국인 남성들이 흰옷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를 불렀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도 열심히 한국말로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열창한다.

노래가 끝나자 봉사자들과 외국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타지 생활과 고된 업무에 피로는 사라지고 웃음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의료봉사가 진행되자 검진문진표가 나눠지며 각자마다 아픈 곳을 표시하고 부연설명을 적기 시작했다. 진료는 단순한 혈압과 피검사부터 내과, 한의과, 물리치료를 통해 평소 아파했던 상처를 치료했다.

특히 한의과에서는 생소한 침술과 부황이 이들에게 다소 긴장감을 안기는 듯 했다. 그러나 이내 시간이 흐르면서 한의학의 효능을 느끼 듯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찾아가는 건강닥터 물리치료부스에서 외국인 근로자가에게 마사지를 하고 있는 봉사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다./ 박정도 기자
한의과 옆에는 물리치료사들이 열심히 외국인들의 뭉쳐진 근육과 관절, 뼈마디를 맞춰주고 있었다. 몇 명이나 지나쳤는지 얼굴과 상의는 벌써 땀으로 뒤덮였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말도 통하지 않는데 마사지가 끝나고 엄지손가락을 들며 웃는 모습이 그저 좋다”며 웃는다.

진료부스 옆으로는 발마사지 코너도 마려돼 있었다. 다들 남의 손에 발을 맡기자 간지럽다고 난리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내가 본 봉사자들은 형식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았다. 이들 모두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항상 웃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무엇이 즐겁냐는 질문에 “내가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작은 애국이 아니겠냐”며 “(외국인들이)작은 도움에 감사함을 느껴 자국에 가서 한국을 칭찬하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그들도 자신의 가정에서 아빠이고 아들이고 손자잖아요. 귀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생소한 곳에 왔으니 육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겠어요. 잠시나마 즐거운 쉼터가 되어 주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에요”라고 봉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하루 단순한 취재라고 생각을 가지고간 내 얼굴에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바쁜 일상과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힘... 그리고 잃어버린 웃음....바로 진심어린 봉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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