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근 칼럼]장기간 고인 물은 썩는다!.
백두산 | 기사입력 2015-01-25 09:31:54

[울진타임뉴스=이우근 칼럼]세상이 혼란스러워 자신을 지키기 어려울 때 누구라도 문득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어떤 이는 예측 가능성이 낮은 도시를 떠나 세파의 와류에서 벗어난 벽지로 들어가 은거하며, 어떤 이는 도시 안에서 세상사와의 교감을 끊고 은거하기도 한다.

이런 두 가지 양태의 은거는 고대 진()나라의 왕강거가 소은(小隱)과 대은(大隱)으로 구분해 명명한 바 있으니, 분분하고 번잡한 세상 속의 속진을 털어내고 유유자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인 듯싶다.

왕강 거는 자신의 시() 반초은(反招隱)에서 강호나 산림에서 은거하는 것을 소은이라 하고, 조정이나 저자에서 은거하는 것을 대은이라고 일컬었다.

그는 대은을 이루었으나 자신이 도달한 지점을 의심했다. 자신의 문집 가은록에서, 소년 시절 이미 높은 벼슬에 올랐고, 노쇠한 지금엔 귀밑털 눈같이 희어라, 도리어 저잣거리로 가 대은을 이루니, 문장으로 헛된 이름 알려진 것이 부끄러워라라고 했다.

대은은 시끌벅적한 조정이나 저자에서도 사물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경지인데도 그 상태에서 왜 수치심이 일어났는가에 걸린다.

사람의 마음은 보는 것 듣는 것으로 인해 움직이기 마련이기에, 아예 안 보고 안 듣기 위해 산림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소은보다는 대은이 아무래도 더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을 마주한다. 하지만 산속으로 들어간 것을 반드시 소은이라고 할 수 없고, 저자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하는 것을 반드시 대은이라고 할 수 없다.

산속에 살면서도 저자를 연연해하고, 저자에서 세상과의 교감을 기피한다면 진정한 은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대은이 품고 있는 은거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것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정신적 역량의 문제다.

왕강거는 세상과 교감하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다고 자부하면서도, 문인으로서의 성공을 거둔 사실이 은거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했을까.

아무튼 오랜 역사 속에서 수양산에 은거하며 세상과 완전히 절연했던 백이(伯夷)-숙제(叔齊)처럼 낙향하거나 벽촌에 들어가 독야청청했던 소은 자들은 많이 발견되지만, 벼슬을 하면서도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었던 대은 자는 노자(老子)와 같은 성현의 반열에 오는 몇을 제외하곤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세속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

정치적 욕망의 단절을 목적으로 하는 소은이나 대은의 은둔이 아닌, 그 중간지점에서 무위와 자유를 구가하는 중은 자가 출현하게 되는 배경일 것이다. ()나라의 백거이(白居易)는 그 중은의 길을 간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중은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산속은 너무 쓸쓸하고, 조정과 저잣거리는 너무 시끄럽다네, 차라리 대은과 소은의 중간에 은거하여, 관직에 은거하는 것이 적당하다, 관직에서 물러난 듯, 그 자리를 차지한 듯,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네,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 않고,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러한 두 가지 길을 온전하기가 어렵다오, 빈천하면 추위와 배고픔에 괴롭고,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진다네, 오직 이렇게 중은 하는 선비는 몸이 복되고 편안하다네, 빈궁과 달통, 풍부와 간소는 이 네 가지 중간에서 산다네,

백거이는 파벌에 가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조정 대신들과의 긴장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방의 한직으로 물러나 은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정의 관직생활을 버리고 지방관에 은거하는 삶을 산 것이다. 이들 은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권력다툼을 혐오했고, 비판하거나 저항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임금이 양귀비의 교태에 빠져 나랏일을 팽개치고 주독에 빠져 살다가 크고 작은 반란들을 초래한 역사적 사실을 담은 서사시(敍事詩) 장한가를 썼고, 고위관료들의 반감을 사 좌천되기도 한 그는 장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쟁투의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아예 항저우나 뤄양 같은 곳에서 지방관으로 남은 생을 마감했다.

필자가 오늘의 울진군을 평한다면, 울진군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2기 당선된 이후 울진군은 주요보직에 있던 유능한 공무원들은 일선 읍면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 그 단초다. 이에 따라 신흥세력이 울진군 공직사회의 주 무대에 등장했고, 영혼 없는 충성파가 일단을 형성했다.

임광원군수에 부적절한 행보에 제동을 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울진군의 정치권은 물론, 울진군 의회도 동료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등과 충돌을 일삼았으며, 그 갈등과 반목은 갈수록 증폭될 뿐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이 일방통행을 주도하는 그 권력의 칼을 나눠 쥐려는 일부 공무원에게 있다.

은둔은 따지고 보면 세상사와 단절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그런데 은둔이 공직자에게 필요할 때는 권력이 위험하게 작동할 때 이다. 울진군 조직은 바로 그 은둔이 필요한 상태에 떨어져 있다. 줄서기의 폐해다. 서로 비난하고 적대시하기까지 하는 문화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신흥세력의 줄에 진입해 경쟁자를 축출하는 일에 동참하고, 권력자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보신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조직의 힘이 권력자에게 쏠려 조직이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간부공무원들의 창발성도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조직 안팎에서 높다. 단 술에 취했던 그들이 쓴맛을 볼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필자(筆子)의 지론으로는 지금의 울진군 공조직에는 중은(中隱)의 문화가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 청와대 조직에 김기춘비서실장 두고 말이 많은 것과 같이 울진군도 조직이 울진군민들에게 어필될만한 개편이 없다면 조만간 완전히 역동성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장기간 고인 물은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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