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있는 엄마 곁에 두 아이가 울고 있다. 곳곳에는 먹지 못해 살갗이 메마른 시체들이 즐비하다. 시신을 실은 수레는 힘없이 골목을 오간다.
18세기 후반 기근으로 쓰러진 백성들로 가득한 제주는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영원히 어둠만 존재할 것 같던 이곳으로 어느 여인이 빛을 주었다.
26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제주민속촌 박물관에서 KBS 1TV ‘거상 김만덕’(극본 김진숙·연출 강병택 김성윤) 녹화가 한창이다. 전날 비를 뿌린 먹구름이 가시지 않은 상태라 기근 현장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날씨다.
탤런트 이미연(39)이 연기하는 김만덕(1739~1812)이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도민을 구휼하는 현장이다. 제1회 프로롤그에 삽입되는 장면이다.
왼쪽 어깨에 꽃무늬를 새긴 흰 저고리와 쑥색 치마를 입고 등장한 김만덕(이미연)은 굶주린 주민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어 무엇인가 홀연히 결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힘차게 걷는다. 김만덕의 발걸음 속도에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사 없이 3~5초 이뤄지는 촬영을 몇 번이고 리허설하며 합을 맞춘 이유다.
제작진은 “많은 분량을 촬영하지는 않지만 작품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프로롤그 촬영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전했다.
제주도의 비천한 기녀에서 조선 최고의 거상으로 거듭난 김만덕(1739~1812)은 실존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에다 전직 기생이었던 여성을 사대부들이 앞 다퉈 칭송한 것은 김만덕이 유통업을 통해 이룬 부의 전부를 기근에 시달리는 제주도민 수천명을 살려내는 데 쾌척했기 때문이다.
김만덕은 ‘정조실록’ 등 정사는 물론, 정약용과 박제가 등 당대 실학자들에 의해서 시와 문장으로 남겨졌다. 그녀의 일대기를 기록한 ‘만덕전’만 다섯 편에 달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이미연을 포함해 한재석(37), 박솔미(32), 하석진(28) 등의 주요 출연진은 6회부터 본격 등장한다. 김만덕의 정신적인 지주 ‘할매’로 나오는 고두심(59)은 1회부터 어린이 배우들과 출연한다. 3월6일 첫 방송된다.
이에 앞서 KBS 1TV는 27일 오후 9시40분 김만덕을 조명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위대한 나눔, 거상 김만덕을 만나다’에서 김만덕의 파란만장한 삶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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