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응급의료 체계 개선을 공언했던 보건당국의 대책이 현장에서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7일 대구시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월 28일 새벽 대구 동구의 한 숙박시설에서 시작됐다.
임신 28주 차인 미국인 산모 A(26)씨가 극심한 복통과 조산 징후를 보여 119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구 시내 상급종합병원 7곳으로부터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구엔 받을 병원 없다”… 분당까지 이어진 눈물의 사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가 인근 대학병원들에 연락을 돌렸지만, 병원들은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나 신생아 중환자실(NICU)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남편은 직접 차량을 몰고 평소 진료를 받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이송 과정에서도 혼선은 계속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119 구급대와 재차 접촉했으나, 환자 상태 파악과 이송 방향을 둘러싼 소통 오류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충청권 대학병원들조차 수용을 거절하면서, 산모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독한 상태로 최초 신고 4시간 만에야 경기도 분당에 도착했다.
한 명은 사망, 한 명은 중태… ‘사후약방문’ 대책 비판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쌍둥이 중 한 명은 출생 직후 숨졌고, 살아남은 아이도 뇌 손상을 입어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응급환자 사망 사건 이후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시 대구시는 병원 간 전원과 수용 거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특무 의료 인프라 부족과 법적 책임 회피 심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의료계 “구조적 결함” vs 유족 “국가 책임 묻겠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고위험 분만 인력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이 뒤집어써야 할 법적 부담이 수용 거부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역 시민사회는 119와 병원 간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송 체계 개선 사업을 보완해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족 측은 이송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어 국가 등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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