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전충남지방병무청 김향구 과장, 死者의 書
홍대인 | 기사입력 2016-09-27 17:32:00
대전충남지방병무청 징병검사과장 김향구
[대전=홍대인 기자] 사자의 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와 함께 매장한 “사후세계 안내서"이다. 사자는 해질 무렵 육체와 분리된 수많은 혼령들을 태우는 태양신“라"의 배를 타고 공포의 계곡을 건너 서쪽으로 향한다. 여러 성문을 거쳐 사후 세계의 왕 오시리스 법정에 들어서면 사자의 심장은 저울에 올려 진다.

생전에 지은 죄의 무게를 재고 여러 신들 앞에 차례로 나아가 생전의 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 이때 사자 심장의 무게가 깃털보다 가벼워야 부활의 기회가 주어진다. 깃털보다 가볍다는 건 욕심의 무게를 줄였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고 욕심과 욕망이 죄의 근원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착한 영혼은 부활하고 악한 영혼은 영원한 죽음을 맞게 된다.

요즘 세상에 이런 신화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그런데 이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이토록 어지럽고 힘든 것은 아닐까? 때때로 나는 인간의 삶이 불행해진 것은 신화를 믿지 않을 때부터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이 나날이 복잡화되어가는 것은 정책을 악용하거나 빠져나가기 위한 자들을 걸러내고 방어하기 위한 데서 기인한다. 만약 “사자의 서"에 나오는 신화를 믿고 스스로 심장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불필요한 법령이고 정책들이다.

우리 병무행정 분야에도 첨단화 고도화되어가는 창과 방패의 싸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확인신체검사제도도 그 중의 하나이다.

확인신체검사제도는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 등이 있는 경우 확인신체검사를 통해 기존의 병역처분결과를 재확인하는 제도이다. 물론 징병신체검사에서 단 한건의 착오도 없는, 완벽하고 정확한 검사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겠으나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듯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점은 나타날 수 있는 법이다.

실제로 안과나 정신질환 등의 경우 속임수를 써서 병역면탈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눈이 많이 나쁘거나 정신질환으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 적성검사에 합격한 경우,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각종 자격면허를 취득한 경우, 계속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에도 필수적인 치료를 중단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우리 청에서도 지난 9월부터 확인신체검사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100여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람을 의심하고 체크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이 유쾌하지는 않다. 신화가 주는 교훈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심장의 무게를 깃털의 무게만큼 가볍게 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전제된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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