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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일반 성씨'는 정치를 할 수 없는가: 문중 정치의 그림자

사진 타임뉴스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없음
[안동타임뉴스] 김정욱 =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유교 문화의 본향인 경북 안동. 이곳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지역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나도는 말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인물들에게 '성씨(姓氏)와 가문(家門)'은 인물 경쟁력이나 정책보다도 앞서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성씨가 아닌 '일반 성씨'를 가진 사람은 안동에서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극단적인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안동의 정치 지형은 여전히 조선시대의 세도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일까?

실제 역대 안동시의 선출직 공직자 당선 기록을 살펴보면,'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20여 년간의 독주다,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확인됩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안동시의 국회의원과 안동시장을 당선시킨 인물들의 성씨는 주로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로 압축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최근 20여 년간 안동시 국회의원은 안동 권씨에서 안동 김씨로, 다시 안동 김씨로 이어졌다.

안동시장 역시 이 두 성씨가 돌아가며 독차지하는 패턴이 관찰되기도 했다. 심지어 특정 시기에는 유력 문중 출신 후보들끼리 공천을 놓고 각축을 벌여 "안동시장 선거는 문중 선거"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안동 지역에서 안동 권씨와 안동 김씨가 전체 성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들 문중의 종친회와 조직이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이 종친회를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물론, 주요 문중의 움직임을 두고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 또한 안동 선거의 일상적인 진 풍경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나와 아는 사람', '내 문중 사람'을 지지하는 연고주의적 투표 행태를 단순히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특히 이념과 정책의 차별성이 미미한 한국 지방 정치 현실에서, 문중은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자 인맥으로 기능하다. 이어 유권자 개인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선거의 본질을 훼손하고, 정치적 평등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데 있다.

문중은 출생과 함께 주어지는 선천적 요소다. '아버지 성씨'에 따라 지역 사회 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이 달라지는 현상은 현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정치적 기회의 평등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책 실종과 대의성 약화: 선거가 '성씨 대결', '가문 싸움'으로 흐르게 되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정책이나 비전, 인물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안동은 퇴계 이황 선생의 '위대한 물러남'의 가치를 품고 있는 고장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안동의 정치인들은 '물러남'에 인색하고, '밀려남'을 두려워하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반 성씨'를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되기 어려운 환경은 결국 정치의 세대교체와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성씨나 가문을 넘어선 인물과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유권자의 의식 변화와, 기득권 문중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인재를 등용하려는 정당의 노력이 절실할 것이다.

특히 안동 정치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혈연과 지연을 극복하고 시민 전체의 대의(大義)를 실현하는 인물을 선택하는 '위대한 나아감'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곧 '일반 성씨'를 가진 인재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열어주는 길이 된다.

김정욱 기자 김정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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