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자칼럼] 정치와 종교가 손잡을 때, 헌법은 뒷전이 된다

[전남타임뉴스=오현미 기자] 정치는 종교를 이용하고, 종교는 정치를 호출한다. 그 사이에서 헌법은 늘 가장 먼저 밀려난다. 최근 불거진 특정 종교단체 해산 논의는 한국 사회가 헌법의 기본 원칙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정교유착 비판 발언과 이재명 대통령의 7대 종단 대표 오찬 간담회 이후, 특정 종교 해산을 둘러싼 논의가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나 법률 정비의 영역이 아니다. 헌법 제20조가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 제11조의 평등 원칙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사안이다.

논란의 핵심은 ‘특정 종교’라는 전제다. 한 종교단체 대표가 해산 논의를 특정 종교에 국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은 커졌다. 종교계가 타 종교를 지목해 법적 규제를 요구하고, 정치권이 이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정교분리의 선은 이미 무너진다. 종교가 국가 권력을 불러들이는 장면은 헌법이 가장 경계해 온 모습이다.

헌법학자들의 비판은 단호하다. 헌법 제11조는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법적 문제가 있다면 모든 종교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특정 종교만을 겨냥한 규제 요구는 평등 원칙에 대한 인식 부족을 넘어, 헌법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치와 종교가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 사안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성 종단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하려 하고, 정치권은 여론 관리와 통치의 편의성을 위해 종교 갈등을 차용한다. 그 과정에서 헌법은 지켜야 할 규범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꺼내 쓰는 도구로 전락한다.

국회에 발의된 종교법인 해산 관련 법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모든 종교에 동일하게 적용될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이 없다면, 그 법안은 정의가 아니라 차별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적 비호감도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순간, 법은 법의 자격을 잃는다.

종교의 자유는 면책 특권이 아니다. 모든 종교에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헌법적 권리다. 특정 종교만을 겨냥한 규제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그 피해는 결국 모든 시민에게 돌아간다. 법은 칼이 아니라 저울이어야 한다. 헌법을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오인하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헌법 위에 서 있지 않다.

오현미 기자
<저작권자 © 타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 기능은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