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타임뉴스=김정욱] 대구·경북(TK)의 미래를 바꿀 거대 담론이었던 ‘행정통합’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약속을 등에 업고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던 세 번째 통합 시도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시·도민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광역단체장들이 밀어붙인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통합 동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5일부터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희망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충남-대전 통합’과의 병행 추진을 요구하며 대치 중인 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번 좌초 위기의 핵심 원인은 ‘공론화 부족’이다.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통합에 찬성했던 대구시의회조차 “권한이 빠진 통합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반발은 거셌다.
안동과 예천 등 북부권 주민들은 “대구 중심의 흡수 통합으로 북부권은 소외되고 낙후될 것”이라며 강력한 보완책을 요구했지만, 경북도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에 대구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무리하게 통합을 밀어붙인 간부들을 ‘병오오적’이라 비판하는 글이 확산되는 등 공직 사회 내부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이번이 세 번째 실패다.
지난 2020년과 2024년에도 청사 위치와 권한 배분을 놓고 다투다 좌초됐다.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오히려 ‘정부 지원 20조 원’이라는 숫자만 앞세워 주민 투표나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법안 통과에만 목을 맸다.
전문가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당면한 치적 쌓기에 급급해 지역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를 실종시켰다”고 꼬집었다.
대구시민 곽 모 씨(55)의 말처럼, 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은 ‘정치적 역량 부족’을 사과하고, 이제라도 형식이 아닌 진심을 담은 소통에 나서야 한다.
시·도민의 삶이 걸린 중대사를 ‘깜깜이’로 추진하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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