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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 걸린 BK21이 ‘학술 용병’ 키웠나… 교육부 ‘랭킹 지지율’에 흔들리는 연구 윤리

대학 강의실 (CG)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타임뉴스=안영한 기자]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사학들이 해외 석학들을 ‘이름뿐인 교원’으로 영입해 국제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의 핵심 원인으로 정부의 ‘4단계 BK21’ 사업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대학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며 ‘글로벌 랭킹’을 절대적 잣대로 들이대자, 대학들이 단기간에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편법적인 ‘연구 실적 사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의 BK21 사업 기본계획에는 ‘QS 세계 대학 평가 100위권 대학을 2027년까지 7개로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지난2020년부터 7년간 총 3조 2,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학들은 순위 향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연세대는 지난해 성과 포럼에서 해외 교수가 논문에 자교 이름을 병기하게 하는 ‘공동 소속(Joint Affiliation)’ 프로그램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영입된 해외 학자들은 실제 강의나 국내 체류 없이 수백 편의 논문 실적을 대학에 안겨주며 순위 도약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BK21 사업의 본래 취지는 척박한 환경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신진 학자와 기초 학문을 육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자금력을 앞세운 수도권 대형 대학들이 다작 연구자들의 실적을 사실상 ‘매수’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실질적인 학술 교류 없이 소속만 기재하는 것은 명백한 연구 윤리 위반”이라며 “정직하게 연구하는 학자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독식하는 일부 대학의 행태에 극심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에서도 해외 교수의 ‘홍보성 이름 걸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관련 법안은 별다른 보완책 없이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감독 기관인 교육부는 “대학 자율”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겸임·초빙 교원 채용은 대학이 효용성을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며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양적 지표’ 중심의 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한, 대학들의 학술 용병 동원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 학계의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추락하기 전에 실질적인 연구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질적 평가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100위권 대학'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유령 교수의 논문 실적으로 쌓아 올린 사상누각이라면, 그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3조 원의 혈세는 대학 순위판의 숫자를 바꾸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문의 뿌리를 내리는 연구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안영한 기자 안영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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